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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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패 속 조범현 감독이 지켰던 한가지

기사입력 2015.04.14 12:30 / 기사수정 2015.04.14 11:55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매일 두들겨맞고 다른 팀에 기록을 세워주더라도 우리팀의 미래만큼은 확실히 만들고 싶다." 조범현 감독(55,kt)의 눈은 늘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리빌딩의 귀재'로 불린다. 그 이유는 SK, KIA의 사령탑 시절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꾸준히 제공했고, 끝내 꽃을 피운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KIA에서는 양현종, 나지완, 안치홍, 김선빈 등 주축 선수들의 세대 교체까지 성공해냈다. 조범현 감독이 신생팀 kt의 지휘봉을 잡게된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가대표 좌완 투수가 된 양현종을 볼 때마다 조범현 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 수원 KIA전에서 인사를 하러 더그아웃에 찾아온 양현종을 두고 조 감독은 "현종이 때문에 내가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모른다. 지금에야 좋은 투수가 됐지만, 그때는 정말 제구도 안되고 힘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그 웃음 뒤에 훌륭히 자란 제자에 대한 뿌듯함이 함께 묻어있었다.

개막 후 열두경기만에 승리를 만들어낸 조범현 감독은 지난 12일 연승에 도전했다. 이날 선발은 '토종 에이스' 박세웅. kt 선발진 중 가장 확실한 카드였지만 조범현 감독은 3이닝만에 내리는 강수를 뒀다. 제구가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불펜 사정을 봤을 때 박세웅을 조금 더 끌고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10년을 이끌 팀 에이스가 먼저였다.
 
조 감독은 이날 경기 시작 전 "박세웅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등판시키려고 한다. 오늘 4일 만에 등판인데, 이런 식으로 등판이 이뤄지면 여름에는 지친다. 그래서 오늘은 짧게 던지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조범현 감독의 강수는 통했고 kt는 이날 넥센에 5-3으로 승리를 거둬 창단 첫 연승을 달렸다.

그만큼 조범현 감독에게는 무엇보다도 팀의 미래가 1순위다. 11연패를 달리고 있던 과정에서도 그는 신인들을 기용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좀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한 것도 이유지만, 가능성 있는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컸다.

조범현 감독은 "선수들이 연습 때 보여준 모습과 시합에 나선 모습이 다르다. 1군 무대에서 볼 배합이나 수 읽기 등 실전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연패에 빠졌지만 어린 선수들의 심리적 요인과 리듬들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당장 한 두게임에서 승리를 놓치더라도 어린 선수들은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점수를 많이 주고 얻어 맞으면서 다른 팀에게 기록을 다 세우게 해도, 팀의 비전만은 확실하게 지켜야하지 않냐. 패배를 해도 하나는 얻어가는게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록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생각보다 더디지만, 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보는 맛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어린 선수들이 그동안 한 번도 못 이겼으니, 이기면 어떤 기분인가를 느껴봤을 것이다. 조금은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며 승리로 인한 더 큰 성장을 기대했다. 조 감독은 "2~3년 정도 후에 정말 좋은 활약을 할 선수들이 있다"고 선수들의 성장을 확신했다. 이어 "아프지 말고 잘해야 할 텐데"라며 어린 선수들을 향한 애정가득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 팀의 감독이 성적을 신경쓰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 일 것이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kt의 미래 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당장의 1승보다 더욱 값지게 여기고 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사진=ⓒ kt w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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