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김형민 기자] 차두리(35)가 기억에 남을 은퇴무대를 가졌다. 처음과 끝을 장식한 것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였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뉴질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마지막 A매치 무대를 누볐다.
차두리의 처음 계획은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였다. 아시안컵을 마지막 무대로 대표팀을 떠나려했다. 하지만 영웅의 마지막이 패배일 수 없다고 여긴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차두리를 설득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가 뉴질랜드전에서 차두리의 은퇴식을 개최할 뜻을 전하자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에게 "이기고 은퇴하라"는 말로 그의 마음을 돌렸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는 아직 현역 선수이기에 은퇴식이 아닌 경기를 뛰게 해주고 싶었다. 뉴질랜드전에는 선발 출전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께서 차두리에 합당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에는 차두리에게 42분의 출전시간이 부여됐다. 선발 출격하는 차두리를 전반전 45분이 끝난 후 그라운드를 떠나게 하지 않고 먼저 앞서 걸어 나가게 해 팬들과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또 한가지 선물로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의 왼쪽 팔에 주장 완장을 채워주기도 했다.
경기장에 나선 차두리의 활약상은 은퇴경기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항상 보여줬던 꾸준함으로 마지막 A매치 42분을 채워나갔다. 전반 6분에는 직접 공을 몰고 상대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침투하면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수비력도 일품이었다. 뉴질랜드의 왼쪽 공격을 깔끔하게 차단했다. 전반 14분에는 미리 읽는 수비로 상대 선수가 먼저 공을 잡기 전에 달려들어 걷어냈다. 전반 중반부터는 직접 공격에 자주 가담해 대표팀의 세부 전술이 펼쳐지는 데 힘이 됐다. 전반 27분에는 오른쪽에서 오픈된 상황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지만 누구의 머리에도 맞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뒤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는 선배의 모습도 보여줬다.
전반 42분이 되자 차두리 주장 완장을 기성용에게 맡기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벤치로 간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코치진, 선수들 한명, 한명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차두리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