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헨리 소사(30,LG)는 보기 드문 '진화형 외인 선수'다.
한국에서 4번째 시즌. 벌써 세번째 팀이다. 소사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정규 시즌 개막전에 LG의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결과는 6이닝 2실점 패전이었지만 내용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7회 이범호가 결승 홈런을 때리기 전까지 KIA 타자들은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방망이를 헛돌렸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KIA 선수들은 "소사의 공이 정말 좋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기태 감독은 "공이 더 좋아졌더라. 치기 어려운 공이었다"며 상대팀 투수인 소사를 칭찬했고, 결승 홈런을 친 이범호도 "변화구가 워낙 좋아 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했다"고 갈등의 순간을 떠올렸다.
양상문 감독의 평가도 후했다. 양상문 감독은 "범호가 워낙 잘친 것 뿐이다. 소사가 한국야구에 눈을 뜬 것 같다. 예전처럼 무조건 힘으로만 이기려고 하지 않고 경기 운영이 늘었다. 움직임도 좋아졌다"며 10점 만점에 10점을 매겼다.
등판 다음날인 29일 챔피언스 필드에서 만난 소사는 "어제 아주 좋은 공을 던졌더라"는 취재진의 칭찬에 "팀이 졌기 때문에 결국은 '소-소(so-so)'다. 하지만 괜찮다. 그게 야구니까"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소사가 갈 수록 진화하는 비결은 '학습 능력'에 있다. 실제로 소사는 친정팀을 상대로 유독 강하다. 넥센에 있을 때는 KIA전에 강했던 것이 증거다. 소사 역시 이에 수긍하며 "KIA전이 까다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타자들을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도 체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한 팀이었지만, 1년만에 다시 상대팀이 된 넥센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소사는 "2013년이었다면 넥센은 내게 어려운 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넥센 타자들에 대해 많이 공부했기 때문에 올해는 훨씬 상대하기 나을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비췄다.
지난 겨울 소사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개인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느라 시즌이 길어진 탓에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 생활인 영화 제작에 몰두했다.(소사가 이번 겨울에 촬영한 단편 영화는 곧 여러 국가에서 개봉한다. 영화의 수익금은 아이티 난민을 돕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소사가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린 비결은 LG의 '소사 메뉴얼' 습득에 있다. KIA 시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잠시 한국을 떠났던 소사는 넥센에 복귀한 후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의 도움을 받았었다. 소사는 "이강철 코치님은 KIA에서의 내 모습을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넥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문제점도 고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코칭스태프의 공로는 LG에서도 다르지 않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감독은 시범경기 초반 불안했던 소사를 유심히 살펴본 후 "무릎 각도를 조절해 공을 던지게끔 했다. 오히려 힘을 빼게 했더니 제구가 더 좋아졌다. 특히 변화구 제구가 훨씬 좋아지더라"며 흡족해했다.
"한국에서 조금 더 뛰고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에서 딱 한시즌만 더 뛰면 미련없이 영화를 위해 은퇴하고 싶다"는 소사의 큰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LG와 어떤 찰떡궁합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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