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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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청춘 담보로 잡힌 0.01%를 위한 경쟁 [엔터인사이드]

기사입력 2015.03.05 10:30 / 기사수정 2015.03.05 10:30

김경민 기자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 예선현장.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패션업계가 '열정페이'로 한참 시끄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그런 패션업계의 논란을 보고 '배부른 소리'라며 비웃었던 쪽이 있다. 바로 초등학생들의 선망직업 1순위로 꼽히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이야기다.
 
K-POP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알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과거 '딴따라'라고 불리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대중문화인'으로 '아티스트'로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직업'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이런 아이돌 그룹의 인기로 부모들까지 나서서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직접 기획사 오디션에 동행하는 열정까지 보여주고 있다.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되기 위해서 지방에서 올라와 방을 잡고 숙식까지 해결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실상은 어떨까?
 
'엔터인사이드'에서는 '연습생'의 이야기를 대형기획사 신인개발팀을 비롯해 이들의 데뷔와 활동을 뒷받침 하는 매니지먼트 및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다 지금은 타 직업에 종사 중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0.01%의 성공을 위한 경쟁, '연습생'

 
"한 달에도 수십 수 백명의 서류 지원을 받습니다. 그 중 회사로 와서 오디션을 받는 것은 열손가락에 꼽아요. 그러면 다 데뷔하냐고요? 10명이 있으면 한 두명이 데뷔하면 성공이에요. 트레이닝 시작 두 세달 만에 50%는 그만두고, 수 년간 트레이닝을 받더라도 데뷔를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밥벌이'가 될 수준까지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연습생은 0.01%가 될까요?."-대형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 A씨.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은 누구나 큰 성공을 꿈꾼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한 걸그룹 멤버들은 강남에 건물을 사서 '건물주'가 되는 등, 성공한 이들의 사례가 속속 들려온다. 하지만 그 '성공'을 잡은 이들은 0.01%에 불과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강남에 건물을 살 만큼의 돈을 버는 것은 이후 나오지 않을 성공스토리라는 설명이다.
 
"한 걸그룹 멤버들이 강남에 건물을 샀다는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불과 몇 년 전에 소속사를 상대로 정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소송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거두절미하고, 그런 성공은 앞으로 나오기 힘든 사례일 겁니다. 해외 활동 특히 일본의 영역이 작아지고 있고, 중국의 경우 불확실성이 큽니다. '큰 돈'을 벌 곳이 줄고 있다는 거죠. 아이돌 그룹의 경우 비용대비 수익 창출 구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습생은 줄지 않아요."-대형기획사 매니지먼트 담당 B씨.
 

-수천 수억의 빚을 지고 시작하는 연습생.
 
취재결과 연습생들 다수는 회사에 빚을 지고 연예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일반적인 연습생들은 2년에서 5년 정도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를 하게 된다. 이 기간 '수업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은 고스란히 연습생들의 빚이 된다. 이후 활동을 통해 정산을 하면서 차감하는 방식을 택한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수천에서 수억의 빚을 지고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예전과 달리 많은 부분에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노래와 춤 같은 기본 소양을 비롯해 연기와 외국어죠. 특히 요즘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일반 학교의 커리큘럼을 능가합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대다수의 기획사가 이런 트레이닝 비용에 대해 연습생에게 전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분에 따라 회사가 어느 정도 부담을 하기도 하지만, 기간이 길어질 수록 빚은 늘어나죠."- 대형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 A씨.
 
빚으로 돌아오는 것은 트레이닝 비용만이 아니다. 데뷔를 위해 받는 성형수술이나 시술까지 연습생들의 빚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사실 안타까운 부분은 성형수술 부분입니다. 연습생 들의 경우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아 미백이나 쌍커풀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용의 경우 회사의 필요로 의한 것이라도 연습생에게 전가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획사는 일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연습생의 부모에게까지 비용 부담을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형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 A씨.
 
-데뷔, 성공적, 돈방석? NO.
 
이렇게 어렵게 데뷔를 하면 과연 성공을 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NO!다. 음반 및 음원 매출 규모의 축소와 기획사 대형화에 따른 고정비용의 증가와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예전 같은 큰 돈을 만지는 것은 '꿈'이라는 입장이다.
 
"돈이 나올 창구가 줄었습니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음반이나 음원 시장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기획사는 덩치가 커지고 그 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반대로 돈을 회수할 창구는 줄었어요. 당장 지방행사만 예를 들어도, 대학행사, 지역 축제 등으로 세분화가 됐죠. 그런데 지역 축제의 경우 케이블 방송사들이 특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실상 수입이 되지 않아요. 대학행사도 마찬가지로 방송사나, 중간 브로커를 통한 영입이 늘면서 파이가 줄었죠.."-대형기획사 매니지먼트 담당 B씨.
 
대다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데뷔 후 수년간 수입이 없이 살아야 했다. '열정페이'는 커녕 빚만 쌓여가는 경우도 많았다.
 
"데뷔 후 2년째가 되서야 회사에 빚이 0원이었어요. 그나마 제가 개인활동을 많이 해서 가능했던 부분이죠. 연습생 시절 빚을 갚고 음반 제작하면서 부담 비용을 갚고, 또 활동하면서 들어간 부대 비용을 갚는데 그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주변 멤버들은 그 와중에 부모님께 차도 선물하고 하더라고요. 저희 회사에서는 그런 부분을 모두 부담해 줍니다. 다만 모두 빚으로 돌아오죠."-전 아이돌 그룹 멤버 C씨.
 
-10대 시절 남들과 다른 삶, '어른 아이'
 
인격이 형성되는 10대를 오롯이 연예인이라는 꿈에 바치는 연습생들의 경우 동년배의 일반적인 길을 걸어온 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어른아이'가 많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반적인 삶을 산 20세와 연습생 20세가 같다고 보면 안됩니다. 한정된 인간관계로 인해서 연습생들의 경우 몸만 커진 '어른아이'가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예술가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요. 우울증 같은 정신병의 발병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형기획사 신인개발팀 관계자 A씨.
 
실제로 연예인으로 20대를 살아온 C씨는 자신에 대해 "중학생 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은행 ATM기 이용은 물론, 인터넷 쇼핑까지도 "새로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회사를 나온 후 홀로서기를 하면서 공백기를 가졌다. 그런데 매니저가 하던 일들을 직접 하려니 너무나 힘들더라. 현금이 필요해 은행 ATM기를 찾아 갔는데, 어떻게 하는지 차근차근 지시를 따랐다. 옆에서 현금을 찾아가던 이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인터넷 쇼핑? 남의 이야기였다. 필요한 것을 매니저에게 얘기해면 사왔다. 옷? 협찬을 받아서 언제나 집에 풍족했다. 핸드폰이나 모든 것들이 그랬다. 그나마 연습생 시절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해서 그런 부분은 자신있었다."-전 아이돌 그룹 멤버 C씨.
 
-제2의 삶 위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어.
 
실제로 최근 20대 연습생 출신 D양이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언제나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하면 사실 연습생 입장에서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어요. 제2의 D양은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D양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다만 D양은 TV에 얼굴이 공개되면서 알려졌을 뿐이죠."-전 아이돌 그룹 멤버 C씨.
 
"연습생들에게 제2의 삶을 살게 할 수 있는 대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쓰다가 필요하지 않으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이 아닌 제품으로 보는 거죠. 일반적인 직장인의 경우 퇴직금이라던가 실업급여가 나오지만, 연습생들은 회사에서 빚만 탕감해 주면 그것만으로 감사한 겁니다. 아니 빚을 지고 나와서 부모가 혹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갚아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나가는 K-POP스타의 이면에 가려진 냉혹한 현실이죠." -대형기획사 매니지먼트 담당 B씨.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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