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현정 변호사] 톱스타 이병헌이 자신을 협박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모델 이지연과 글램 출신 김다희에 대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병헌은 처벌불원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양보에 대해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고위관계자는 13일 오후 엑스포츠뉴스에 "시시비비를 떠나서 우리 측(이병헌)도 잘한 것이 없음을 알고 있고, 대중에 대한 사죄의 의미에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병헌씨 본인도 잘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가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병헌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그렇다면 이병헌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처벌불원서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지연과 김다희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전문가의 눈'에서는 법무법인 도담의 박현정 변호사에게 처벌불원서와 향후 사건의 향방에 대해 물어봤다.
Q. 처벌불원서란 도대체 무엇인가?
A. 처벌불원서는 말 그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담은 서면”이다. 즉, 이병헌이 이지연과 김다희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법원에 표시한 것이다.
Q. 그렇다면 이병헌의 처벌불원서 제출은 이지연과 다희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A. 형사재판 특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거나 그 피해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는 재판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비록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면서 일종의 금전을 지급하고 이를 수수하는 합의에 이른 경우에도 재판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범죄 수사를 받거나 기소가 되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최근 땅콩회항 재판의 판결문에서도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과 여승무원과 합의를 하지 못한 점”이 불리한 사유로 기재되지 않았던가.
이병헌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는 합의의 수준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다희와 이지연의 재판에서 중요한 양형자료로 삼게 될 것이며 이는 분명 다희와 이지연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확률이 높다.
Q.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형량이 낮아지게 되는 것인가?
A.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다희와 이지연 뿐 아니라 검찰 역시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이병헌을 공동으로 공갈한 범죄 자체가 매우 중한 범죄인데 반해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너무 낮기 때문에 더 중한 형량을 선고해달라는 의미로 항소를 제기하였다.
피해자였던 이병헌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기에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황이 형성이 되기는 하였으나, 검찰이 항소를 유지할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로 인하여 범죄대상인 피해자 개인의 법익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사회 일반에 미치는 범죄 예방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인 이병헌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수위가 바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고,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사회 일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낮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다희와 이지연에 대한 처벌수위가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과 검찰의 주장대로 높아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처벌불원서의 선례를 보면 "앞에서 운전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각 상해를 입히고 도망갔던 뺑소니범이 4년 3개월 뒤에 구속기소됐다. 뺑소니범은 구속 이후에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였고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는 경우가 있었다.
이 뺑소니범의 판결에서 재판부는 “장기간 형사사법절차를 회피하다가 구속되면 배상하는 것을 용인하게 돼 일반 예방 효과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성실히 배상 노력을 하면서 수사나 재판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불합리한 처사가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피해자의 처벌불원서제출이 항상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만 작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병헌의 처벌불원서가 다희와 이지연의 항소심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사진 = 이병헌 ⓒ 엑스포츠뉴스 DB]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