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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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골키퍼가 노이어가 될 수는 없다

기사입력 2015.01.03 00:52 / 기사수정 2015.01.03 00:55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시간이 지나면서 골키퍼에 대한 생각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슈팅을 막는 것이 첫째였다. 그 이상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불안한 골키퍼라는 딱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골키퍼에 대해 사로잡혔던 편견은 깨졌다. 이제 발 감각은 골키퍼가 가져야 되는 중요한 자질이 됐다. 롱킥과 세트피스에서의 킥 능력을 지닌 골키퍼들이 개성을 펼친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골키퍼들은 패스의 시발점은 물론 최후방 수비수로서의 역할도 문제 없이 해낸다.

그렇다고 모든 골키퍼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스날의 주전 수문장 보이체흐 슈체스니(24)는 위험찬만한 시도를 하다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슈체스니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사우스햄튼과의 리그 원정경기에서 섣부른 행동으로 두 골을 내주면서 패배의 주범이 됐다.

확실하지 못한 위기 대응이 화를 불렀다. 전반 34분부터 흔들렸다. 성급하게 공을 잡으러 골문을 비우고 뛰쳐 나왔다가 상대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그대로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슈체스니가 잠시 멈칫한 사이 마네는 절묘한 슈팅으로 빈 골문 안으로 공을 넣었다.

후반 11분에도 아마추어 같은 볼처리로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사우스햄튼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준 상황에서 슈체스니는 골문 앞에 떨어진 공을 수비수들이 처리하기 전에 다급하게 공을 차냈다. 하지만 공은 멀리 가지 못했고 두산 타디치에게 그대로 연결돼 골을 헌납하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2일 영국 매체 '미러 풋볼'은 슈체스니의 부진을 마누엘 노이어(29, 뮌헨)와 비교했다. 이들은 슈체스니에 대해 "아스날 넘버원 골키퍼가 노이어의 '스위퍼-키퍼' 면모를 따라하려 했다. 하지만 정말로 좋지 못했다"며 혹평을 날렸다.



노이어는 지난해부터 일명 '스위퍼-키퍼(최후방 수비수인 '스위퍼'와 골키퍼의 '키퍼'가 합쳐진 신조어)'라는 새로운 유형을 직접 소화하고 있다. 손만큼 발도 빠르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수문장으로 날렵한 태클과 패스를 선보인 노이어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수비수보다 더 단단한 최후방 수비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 12월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리그 경기는 좋은 예가 됐다. 전반추가시간 상대 공격수 토비아스 베르너가 역습에 나서자 이를 과감하게 페널티박스 바깥까지 뛰쳐 나와 정확한 태클로 공을 걷어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선방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 전반기 17경기동안 단 4실점만을 기록하며 철벽의 미명도 유지했다.

이에 반하면 슈체스니의 사우스햄튼전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아스날의 전설적인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51) 이후 확실한 대체자가 없던 아스날에 유력한 주전 수문장 후보로 나타났던 슈체스니 마저 불안 요소를 노출해 아르센 벵거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노이어의 대단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되기도 했다. 모든 골키퍼가 노이어가 될 수는 없다. 골키퍼에게 패스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해도 첫째 과제는 안정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보이체흐 슈체스니(오른쪽), 마누엘 노이어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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