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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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그래도 살만한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위로

기사입력 2014.12.19 07:08 / 기사수정 2014.12.19 09:17

김승현 기자
미생 ⓒ 엑스포츠뉴스 DB
미생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직장인을 통해 일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18회에서는 평균 시청률 8.0%(닐슨 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찍으며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위로, 연민, 공감이 대중의 마음을 어루 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생'은 결코 밝지 않은 드라마다. 정윤정 작가는 원작 웹툰의 철학적인 성찰을 일정 부분 덜어내고, 코미디를 가미하면서 짠하면서도 웃게 하는 '웃픈'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 이는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 또한 동의한 부분이었다.

갑(甲)의 시선과 그들의 역경 속 쟁취하는 승리가 지배적이던 여타 드라마와 달리, 제약과 눈총을 받는 을(乙)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처연함의 농도는 짙어졌다.

등장 인물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은 승진의 기쁨에도 최전무(이경영)의 시선이 불편하다. 장그래(임시완)는 겸손하게 발버둥을 치면서 동료들의 선입견을 걷어내지만, 계약직 신분이 발목을 잡는다.

안영이(강소라), 장백기(강하늘), 변요한(한석율) 등도 장벽에 부딪힌다. 조직의 틀이 낯선 패기의 신입사원은 마음 먹은 것과 달리 기득권에 순응하며 패배감에 젖는다. 혁명을 통해 체제를 바꾸는 통쾌함을 통한 대리만족은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녹이고자 할 뿐이다.

미생 ⓒ tvN
미생 ⓒ tvN


김원석 감독은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있는데 갸우뚱했다.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카피였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인생'이 마음에 들었고, 인생이 결코 살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면서 각박한 세태를 강조했다.

공감을 얻고자 정 작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0월부터 프리 프로덕션에 착수한 정 작가는 김 감독과 머리를 맞댔고, 직장인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펼치면서 세대 공감을 얻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보조작가 두 명은 실제로 무역회사에 출근해 직장인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이들의 단면을 캐치하는데 몰두했다.

사소한 풍경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한달 반을 출퇴근했다. 또 세대별 직장인들의 딜레마와 꿈, 트렌드부터 밥 먹는 습관 등 사소한 것까지 살피며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사회 생활의 디테일은 '미생'에 무리없이 이식될 수 있었다. 이는 세트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서울스퀘어 내에 위치한 드라마 촬영장은 실제 회사 사무실 풍경을 보는 것과 같이 실제에 충실했다. 이재문 PD는 "회사의 책상 모습을 찍어와, 거의 똑같이 구현했다"고 말했다.


'미생'은 판타지를 통한 위로를 던지고, 사회의 냉정한 순리를 따르고 있다. 지속적인 과제가 부여되면서 한숨을 짓는 직장인의 이야기에 우리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 작가는 "불안전하고 불행한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다"고 했다. '미생'이 담는 을끼리의 배려는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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