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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에게 가슴 아픈 이름 '신영록' (인터뷰)

기사입력 2014.12.18 23:22 / 기사수정 2014.12.19 08:20

김형민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의 신영록 ⓒ 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제주, 김형민 기자] 박경훈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와 5년 동행을 끝냈다. 지난 2009년 부임부터 올해 사령탑에서 내려오기까지 희노애락이 교차한 인연들이 가슴 속에 남았다.

추억 속 여러 이름은 다양한 감정으로 박경훈 감독에게 다가왔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이름은 신영록이었다. 2011년 갑작스레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애제자의 이름은 아직도 박경훈 감독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인연① "신영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서귀포 해변 카페에서 마주한 박경훈 감독은 제주에서의 추억들을 되새겼다. "5년이라는 시간은 성숙되고 발전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 박경훈 감독은 당시의 기쁨과 아직도 남은 아쉬움을 털어놨다.

스치는 아쉬운 기억 안에 신영록이 있다. 신영록은 지난 2011년 수원 삼성에서 제주로 이적해 오면서 박경훈 감독과 손을 잡았다. 신영록은 제주의 희망이자 주포로 자리매김했고 제자의 좋은 능력과 성장은 박경훈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하지만 2011년 불의의 사고가 닥쳤다.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신영록은 금성 심장마비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제주 한라병원으로 이송됐다. 50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는 없었다. 선수로 뛰던 시절 건장했던 체격은 어느새 왜소해졌고 제자의 사고와 치료를 바라본 박경훈 감독의 가슴은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신영록 선수에 대한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아프다"면서 "젊은 나이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경훈 감독 ⓒ 엑스포츠뉴스

만약의 일이지만 신영록이 올 시즌까지 뛰었다면 제주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박경훈 감독의 생각이었다. 올 시즌 제주는 최전방에 대한 고민을 안고 뛰었다. 영입한 외인 선수의 기량은 미비했고 팀의 미래로 생각하고 데리고 왔던 김현이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다방면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소득은 적었다. 비교적 탄탄했던 2선 공격진에 비해 확실한 주포가 없다는 점이 제주의 약점으로 부각됐다. 그는 "만약 (지금까지) 신영록 선수가 있었다면 올해는 우리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었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신영록의 공백을 지금도 느끼고 있음을 고백했다.


인연② "구자철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구자철은 박경훈 감독의 대표적인 애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07년부터 제주 유니폼을 입은 구자철은 박 감독 아래서 성장하고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급성장했다. 2010년에는 중원사령관으로 제주의 K리그 준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박 감독과의 인연은 영원하지 못했다. 이듬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다.

이후에는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을 거치면서 독일 무대에 잘 적응했다. 힘든 고비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전화기를 들고 찾았던 이름도 박경훈 감독이었다. 둘의 사제지간 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구자철과의 추억을 되돌아 본 박경훈 감독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면서 "어린 나이에 운동장 등 모든 곳에서 축구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줬다. 그러한 역량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고 분위기를 끌고 가지 않았었나 한다"면서 제주에서 뛰던 구자철에 대한 인상을 설명했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강수일 ⓒ 대한축구협회

인연③ "강수일의 성장, 기쁘고 뿌듯해"

또 하나의 주목받는 인연은 강수일이다. 박경훈 감독과 함께 하게 된 것은 2011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박 감독의 부름으로 제주로 넘어온 강수일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장은 멈췄다. 제주에서 고비를 맞이한 강수일에 대해 스승은 걱정이 앞섰다. 고민 끝에 2014년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를 보내면서 당장 팀의 상황보다는 제자의 발전을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큰 전환점이 됐다. 포항에서 공격에 대한 감을 잡은 강수일은 K리그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눈에도 띄었다. 15일부터 시작된 제주전지훈련에서 강수일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박경훈 감독은 뿌듯한 마음이 앞섰다. 그는 강수일에 대해 "다문화 가정의 표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노력을 해서 대표 선수가 되고, '가요계에 인순이씨가 있다면 축구에는 너가 있어야 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면서 "인성도 잘 되어 있고 충분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제자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어 포항 임대 후 달라진 강수일의 변화를 바라본 소감도 전했다. 박 감독은 "절대 필요가 없어서 임대를 보냈던 것이 아니라 (강)수일이가 가진 단점은 득점이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곳으로 임대를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래서 선택된 곳이 포항이었고 황선홍 감독님과 선수들과 잘 어우러져서 자신감도 찾고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아 감독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이 지난 2013년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원정경기에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인연④ "윤빛가람의 잠재력, 아직 살아있다"

윤빛가람 역시 박경훈 감독의 인연에서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이하 월드컵에 출전한 윤빛가람은 박 감독이 손꼽는 기대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회의 실패와 2012년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의 부진 등은 윤빛가람의 어깨를 처지게 만들었다. 회의감까지 느끼고 있던 윤빛가람에 손을 내민 이는 은사 박경훈 감독이었다. 2013년 제주로 윤빛가람을 데리고 온 박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성장을 돕다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윤빛가람은 떠나면서 아쉬웠던 이름 중 하나로 남았다.

박경훈 감독은 "윤빛가람 선수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릴 때부터 커 오던 것들을 함께 봐 왔었다"면서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윤빛가람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더 (훈련을) 시켰어야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고 아쉬움을 일부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제자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요건들을 메시지로 전했다. 스승이 보내는 애정 어린 마지막 조언이었다.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반복과 수정이었다.

박 감독은 윤빛가람에 대해 "자기 성향이 너무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직접 불러서 감독,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듣고 이행하려고 해야 된다고 말해주기도 했다"면서 "축구를 내 스타일대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완벽하게 하려면 소심해질 수밖에 없다. 어떨 때는 원하는 것을 미련하게 반복하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애정 어린 충고를 남겼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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