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이미 집토끼는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남은 건 집 나간 토끼의 행선지다. 이 행선지에 따라 보상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고 보상금만 받게 될 수도 있다.
올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1명 가운데 이원석(두산)과 박진만(SK)를 제외한 19명이 자격을 행사했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원소속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우선 협상기간 중 도장을 찍은 건 8명. LG 박용택을 시작으로 최정과 김강민(이상 SK), 윤성환과 안지만(이상 삼성) 등이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장원준, 김사율(이상 롯데), 송은범(KIA), 나주환(SK) 등은 27일부터 시작된 이적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FA와 원소속구단은 타구단협상기간이 끝난 뒤인 내달 4일부터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그러나 집 나간 토끼와 다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 내부 FA 단속에 실패한 구단들은 떠난이의 공백을 최소화 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집토끼를 놓친 구단은 FA 선수를 떠나보내면서 전력 손실을 걱정해야 하지만, 보상선수를 영입하면서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보상선수로 재미를 본 사례도 많다. 두산은 2008년 롯데에 홍성흔을 빼앗긴 대신 이원석을 데려왔다. 이원석은 올시즌까지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또 LG는 조인성을 SK에 보내면서 영건 임정우를 영입했다. 롯데는 홍성흔을 보내고 김승회를 새식구로 맞았다. 김승회는 팀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내부 FA를 놓친 구단이 맞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무래도 집 나간 토끼의 행선지가 보상 선수영입이 어려운 팀이 되는 것이다. FA선수가 신생팀 혜택을 받는 kt wiz로 갈 경우,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받게된다. 신생팀의 경우 2년 동안 FA로 선수를 영입해도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고 FA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를 보상금액으로 내주면 된다. NC는 더이상 신생팀 혜택을 받지 않지만, 내년 1군 데뷔를 앞둔 프로야구 제10구단 kt wiz가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FA 시장 결과를 살펴보면 두산과 SK가 내부 FA 이종욱-손시헌(현 NC), 정근우(한화)를 놓치고 보상선수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먼저 두산의 경우 이종욱과 손시헌이 신생팀 혜택을 받은 NC로 향해 주축 선수 둘이나 보내고도 보상금 11억3100만원을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집토끼를 놓친 구단은 지난해 두산처럼 주축 선수를 내주고도 전력 보강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물론 내부 FA가 kt 외 다른 구단으로 향한다고 해서 보상선수 영입이 쏠쏠한건 아니다. SK는 지난해 FA 자격을 행사한 주전 2루수 정근우를 한화에 보냈다. SK는 한화의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으나, 보상선수를 받지 않고 정근우의 당시 연봉 5억5000만원의 300%인 16억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영입한만한 보상선수가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내부 FA를 놓친 구단들은 떠난 집토끼의 새둥지가 선수층이 두터운 팀일수록 좋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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