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소속이던 시절 김선우의 모습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써니' 김선우(37)가 마운드를 떠난다. 세상 모든 이별이 그렇지만, '마지막'을 생각하고 다시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던 김선우이기에 작별이 아쉽다.
LG 트윈스는 17일 김선우의 현역 은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오전 김선우는 직접 구단 사무실을 찾아갔다. 백순길 단장과 송구홍 운영팀장을 만난 김선우는 "은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그의 뜻을 존중했다.
김선우에게 LG는 제 3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다. 쿠어스필드 '완봉승'으로 대표되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로 유턴한 김선우는 두산 베어스에서 또다른 전성기를 누렸다. 2009년 11승 10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고, 2011년에는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으로 '커리어 하이'를 마크했다.
단순한 성적 이상으로 '베테랑' 김선우가 가진 존재감은 컸다. 하지만 부상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2012년부터 무릎과 종아리 부상이 김선우를 괴롭혔고, 경기 출전 기회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았다. 2012~13시즌 도합 11승에 그친 후 두산은 김선우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하지만 김선우는 안정보다 도전을 선택했다. 두산과 '한 지붕'을 쓰는 라이벌 구단 LG에 입단하며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그만큼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김선우는 LG에 입단하면서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산에서의 은퇴가 아닌, 새로운 팀을 찾게 됐다. 김선우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새로 태어나고 싶어서 LG에 왔다"며 마지막 투혼을 불태웠었다.
시즌 개막 당시 LG를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도 개막식 선발 투수로 김선우를 낙점하면서 그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그가 올 시즌에 소화한 이닝은 8⅓이닝에 불과했고, 1군보다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결국 장고 끝에 현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하지만 김선우는 마지막까지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선수단과 동행했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도 "김선우가 함께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며 높이 샀다.
올해 만 서른일곱. 투수 김선우의 도전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또다른 시작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고한 김선우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팬들 곁으로 돌아올지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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