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히든싱어3 ⓒ tvN, JTBC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바다 건너에 있는 이방인들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의 콘텐츠를 빌려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이식한 것이 과거 문화의 흐름이었다면, 질적 상승이 이뤄진 현재는 국내 콘텐츠가 바람에 실려 그들의 문화로 흘러들어가는 추세다.
가격, 공급조건, 권리범위를 조율한 뒤 전체 판권을 사들이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포맷만 가져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타국에서 소재를 찾기가 쉽고 포맷을 가져와 현지화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향은 방송 콘텐츠 교류의 장인 '국제방송영상견본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금전적인 이익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작품 판매가 최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포맷을 수출하는 것은 방송사 입장에서 족적을 남긴다는 의미를 지녀, 뿌듯한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따지기가 어렵다"며 예능 포맷 수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을 주 타겟으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는 푸른 눈의 외국인들도 바라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뤄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서구권이 현재 국내 예능 콘텐츠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기획적인 측면에서 일취월장하고 있으며, 그들의 문화에서 갖지 못한 그림들이 참신하게 다뤄진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로 tvN 배낭여행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와 JTBC 모창프로그램 '히든싱어'를 꼽을 수 있다. '꽃보다 할배'는 중국판으로 현지에서 제작된데 이어, 포맷이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NBC에 판매되며, 한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미국 지상파 방송사에 수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tvN 관계자는 "'꽃보다 할배' 미국판은 현재 캐스팅이 진행 중이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나영석 PD는 "어르신과 짐꾼의 여행이 동양의 독특한 사상인 것 같지만, 살짝 뒤집어 보면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것 같다"며 만국 공통의 코드가 지닌 힘이 이런 성과로 이어졌다고 꼽았다.
얼마 후 '히든싱어'가 미국 시장을 관통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해 5월 중국으로 포맷을 수출했던 '히든싱어'는 미국 3대 지상파 채널인 NBC를 소유한 NBCU와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한 음악과 경쟁을 넘어서 가수와 모창능력자, 시청자와의 소통 등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라는 콘셉트가 잘 구현됐다. 오락적인 요소가 진했던 모창프로그램을 조승욱 PD가 살짝 비튼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내실을 다진 예능프로그램을 문화 강국인 미국에서도 알아봤다는 것은 우리의 것이 하나의 대안이자, 다양성으로 떠올랐고, 한국 문화에 대한 위상이 외국에서도 비중있게 인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는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까?
정덕현 씨는 "콘텐츠 포맷 수출 강국인 이스라엘은 해외에 어필할 만한 내용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생산하고 있다. 개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한국 또한 이러한 흐름에 녹아들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지에 맞는 글로벌한 포맷의 제작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