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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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대파, 월드컵 6회 연속 진출 쾌거 !!

기사입력 2005.06.09 14:45 / 기사수정 2005.06.09 14:45

손병하 기자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접전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치러야 하는 힘겨운 원정
*지난 우즈벡전의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경기

이처럼 많은 짐을 안고 시작해야 했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참으로 통쾌한 대승을 거두고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통산 7회 진출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다 연속 진출이자, 최다 월드컵 본선 진출.

전반 19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김동진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박주영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이동국-정경호-박지성 등이 릴레이 골을 합작하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쿠웨이트의 모랫바람을 조용히 잠재웠다.

쿠웨이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을 잡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공격을 강화했지만, 우리 대표팀은 차두리 등 공격수까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위기를 넘겼고 이후로 빠른 선제골이 터지면서 특별한 위기 없이 순조롭고 편안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박주영, 역시 타고난 골잡이

이렇게 쉽게 경기를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박주영 선수의 빠른 선제골 덕분이었다. 상대가 본선 티켓에 대한 가능성을 버리지 않은 쿠웨이트였고, 기후 조건 등의 불리한 원정 경기였다는 점, 그리고 우즈벡전에서 보여주었던 부진의 잔상이 채 가시지 않았을 것이란 점들을 생각하면 사실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경기 초반 빠른 선제골로 손쉽게 승부의 추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고, 반드시 한국을 이겨야만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쿠웨이트로서는 더욱 공격적으로밖에 나올 수 없었다. 이는 빠른 시간대에 공격수를 한 명 더 늘리고, 3-5-2에서 4-4-2로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까지 공격에 치중했던 쿠웨이트의 작전 변화에도 잘 나타난다.

쿠웨이트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자 우리는 상대적으로 틈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전반 29분에 터진 이동국의 페널트킥 추가 골도 이러한 상대가 보여준 허점을 파고 들어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또한 4골을 만들어 낸, 공격진들의 활약도 우즈벡전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 이외의 선수들이 적극성을 가지고 공간 침투 및, 2선 돌파를 활발하게 감행했다는 점이다.


지난 우즈벡과 달라진 점들

지난 우즈벡전에서 우리 공격수들은 공간을 장악하는 협력 플레이 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한 단발성 플레이가 많았다.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 자체가 없었고, 공이 자신에게 온 이후에 플레이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효과적인 공격 루트 개발에 실패했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공을 받기 위해 먼저 움직였고, 또 움직이는 선수에게 적절하고 좋은 패스들이 들어가면서 상대의 수비벽을 허물었다. 첫 골을 뽑아낸 상황도 이영표가 중앙으로 드리블을 하고 나가자 김동진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에 들어갔고, 이영표의 좋은 전진 패스가 첫 골을 만들어 낸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주영이 얻어낸 페널티킥 상황도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김동진이, 공간으로 침투하던 박주영에게 지체 없이 연결하면서 상대 수비를 한순간에 허물어 버려 얻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전반을 2-0으로 마치자 후반 대표팀은 우려했던 더위와의 전쟁 등의 상황 대신 한결 여유있고, 편안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후반에 나온 2골은 모두 정경호와 박지성의 개인 능력에 의한 골들이었는데, 일찌감치 승부를 가르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장면들. 박빙의 상황에서는 상대의 움직임까지 판단하는 그러한 여유들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드필더에서는 김정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반 초반 비교적 긴 볼 터치와 소유로 경합을 자초하는 장면을 몇 번 연출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던 김정우는 이후, 상대 공격수를 1선에서 저지해야 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수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홀딩맨(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수비라인 가능성 확인, 본프레레는 글쎄

하지만, 경기 초반 너무 쉽게 승부가 갈리면서 김정우를 비롯한 김진규-유경렬-김한윤으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의 성과와 가능성을 엿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구성되어 많은 우려를 낳았던 수비라인이 원정 2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만큼은 앞으로 대표팀의 새로운 수비라인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본프레레 감독도 여유가 있는 경기 상황에 맞춰 정경호, 곽희주, 안정환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부담 없는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지만, 13일부터 열리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해야 하는 박주영과 김진규에 대한 배려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또다시 머나먼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어린 선수들을 생각했더라면, 교체로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 줬어야 했다. 특히 김진규의 경우 경기 후반 상대와 헤딩 볼을 경합하다 내려오면서 충격을 받아 부상에 대한 걱정을 자아내게 했다. 다행히 일시적인 충격이라 같아 한숨을 돌렸지만, 만약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면 청소년대표팀에게 끼칠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근 8년여 만에 치르는 월드컵예선을 통과하고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죽음의 원정 2연전’이라 불리며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경기에서 시원한 대승을 거두고, 살인적인 더위를 비롯해 여러 악조건과 싸워 이겨낸 대표팀 선수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이제 대표팀은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과 같은 세계 축구사의 중심에 서있는 나라들과 같이 본선 6회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고,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2006 독일 월드컵’에 당당히 아시아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제, 오는 8월 17일 서울에서 열릴 사우디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담맘에서의 패배를 되돌려주고,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되찾아 조 1위로 길었던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의 대미를 장식하길 기대해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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