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첩첩산중이다. 갈 길 먼 두산 베어스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이탈이라는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두산은 4일 우천 취소된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니퍼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난 3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니퍼트는 경기 후 등통증을 호소했고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니퍼트는 지난해에도 같은 부상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운 바 있다. 두산 입장에선 초비상사태에 놓인 셈이다.
니퍼트는 두산 마운드에 대체 불가 자원이다. 노경은과 유희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두산 선발진 가운데 니퍼트만이 '계산이 서는' 피칭을 해줬다. 니퍼트는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다.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했으나, 팀 사정상 선수의 희생과 투혼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니퍼트는 7이닝 동안 109구를 던지고도 3일 후인 지난 7월 12일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을 소화했다. 두산 측은 "불펜에서 하는 피칭을 마운드에서 했다"고 설명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당시 한 해설위원은 "니퍼트는 벌써 두 번째 불펜 투입이었다. 불펜 피칭을 마운드 위에서 했다곤 하지만 실전과 불펜 상황이 완벽하게 같을 순 없다. 선발투수들은 1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치르는 것도 힘든 일정이다. 두산의 현 상황 등 이런저런 요건을 다 따져봐도 니퍼트의 불펜 등판이 무리로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실상 니퍼트 빠진 두산에 계산이 서는 투수가 없으며 이닝을 소화해줄 만한 선발 투수가 없다. 또 불펜도 전반기 많은 경기에 등판하면서 힘이 떨어진 상황이다. 노경은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가운데 유희관~마야~김강률만 선발 자리를 확정했다. 유희관이 전반기 가장 안좋았던 무렵보다는 안정을 찾았으나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있다. 마야는 이제 막 1경기 치렀을 뿐이며, 김강률은 아직 선발 데뷔전을 치르지도 못했다.
시즌초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불펜도 잦은 등판과 체력적 부담이 겹치는 시즌 중후반으로 가면서 힘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시즌초부터 윤명준~이현승~정재훈~이용찬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꾸렸다. 그러나 이용찬을 제외한 필승조는 선발이 무너진 만큼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특히 7월 이용찬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사이, 송 감독이 총력전을 선언하면서 3연투까지 이어지는 잦은 등판을 해야했다.
두산은 5~8일부터 홈 4연전을 치른 뒤 휴식을 취한다. 유희관과 마야, 김강률이 한 차례씩 선발 등판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발 요원이 필요하다. 송 감독은 어느 정도 구상은 끝났으나,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은 상태.
긴 이닝을 소화해줄 선발 요원의 부재. 불펜에 부담이 가중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두산은 마무리 이용찬의 활용법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용찬은 현재 28경기에 등판해 3승3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25⅔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지난달 24일 잠실 SK전 이후 개점휴업 중이다. 이용찬은 7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2경기 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송일수 감독은 "이용찬은 지고 있는 상황에는 무리하게 등판시킬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마운드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이브 상황만 기다릴 경우, 다른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뿐더러 엔트리 활용에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두산 벤치의 융통성 있는 마운드 운용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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