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 브라질과 독일의 경기에서 전반 23분 추가골을 터뜨린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전차군단' 독일이 축구를 꽃피운 땅 브라질에서 최고의 하루를 만끽했다. 월드컵마다 자신을 막던 브라질을 대파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부심마저 뭉겠다.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클로제는 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위치한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귀중한 1골을 터뜨렸다.
전반 23분 터진 클로제의 골로 독일은 브라질의 추격을 떨쳐냈고 이후로 5골을 더 폭발하며 7-1 대승을 완성했다. 클로제의 골이 만들어낸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클로제의 득점은 단순한 한 골이 아니었다. 브라질이 가지고 있는 월드컵의 역사를 송두리채 빼앗아 오는 득점이었다. 축구에 있어 자존심이 상당한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에 버금가는 통산 최다골 주인공의 존재에 뿌듯해했다.
펠레에 국한됐던 '황제'라는 칭호를 나란히 쓸만큼 월드컵에서 기록한 호나우두의 발자취에 브라질은 취해있었다.
그러나 이제 브라질은 호나우두를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내세울 수 없게 됐다. 그것도 독일에 1-7 대패를 당한 날, 타이틀을 독일에 넘겨주고 말았다.
2002 한일월드컵부터 독일의 최전방을 책임져 온 클로제는 어느덧 36살의 노장이 돼 이번 월드컵에 참가했다. 사실상 주전에서 멀어져 조커로 뛰던 클로제는 조별리그에서 1골을 추가하며 호나우두가 가지고 있던 15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 한 골이면 신기록을 쓰는 상황에서 클로제는 브라질을 만났다. 자신들의 영웅이 만든 기록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나선 호나우두의 후예들을 상대해야만 했고 장소도 노랑 물결이 넘쳐나는 브라질이었다.
그러나 12년 동안 골을 넣어왔던 클로제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틈에 쌓였던 클로제지만 누구보다 침착했고 차분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클로제의 골에 브라질은 모든 영광을 잃은 듯 망연자실했다. 클로제를 응원한다고 밝혔던 호나우두도 경기장 중계석에서 분명 작은 탄식이 나왔을 법한 순간이었다.
월드컵 통산 16번째 골을 넣은 클로제는 트레이드마크인 덤블링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월드컵은 한 경기 더 남아있고 골 기록도 지금이 끝이 아니라는 듯 담담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른발로 8번, 머리로 7번, 그리고 왼발로 1번 클로제가 12년 동안 보여준 득점 행진은 이제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