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을 차고 나이지리아 격파에 앞장 선 리오넬 메시, 디에고 마라도나와는 달랐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20년 역사를 초월한 아르헨티나의 이야기였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후계자, 리오넬 메시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이지리아 격파 선봉에 섰다. 결과는 같았지만 옛 영웅과 현 영웅의 행보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는 26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를 3-2로 제압했다. 이로써 3연승, 승점 9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F조 1위를 확정해 16강에 합류했다.
이번 경기에도 메시는 중책을 맡았다. 주장으로 팀을 진두지휘해야 했다. 2골은 보증수표 같았다. 주장으로서 팀의 승리에 앞장서는 화려한 공격력으로 3연승 행진의 선두에 섰다. 20년 전 마라도나와는 다른 행보였다. 마라도나 역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태양의 나라'를 이끌고 나이지리아를 상대했지만 상반된 스토리를 낳앗다.
같은 완장이지만 품격은 달랐다. 마라도나는 불명예 퇴장을, 메시는 명예로운 대관식을 바라보게 됐다. 1994년 미국에서는 마라도나가 같은 길을 걸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나이지리아를 상대했다. 당시 경기는 그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됐다. 주장으로 팀의 공격을 이끈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2-1 역전승에 기여했지만 경기 후 그를 기다린 것은 퇴출이었다.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 후 마라도나는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와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추한 모습으로 아르헨티나로 귀국한 마라도나는 현역 시절 마지막 월드컵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마라도나가 빠진 아르헨티나는 간신히 16강에 진출했지만 게오르게 하지를 앞세운 루마니아에게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20년이 흘러 메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의 팔에도 완장이 달렸고 상대는 나이지리아였다. 나이지리아는 칼을 갈았다.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그들에게 천적이었다. 1994년을 포함해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이번에도 아르헨티나쪽으로 승세는 기울었다. 그 중심에 마라도나의 후계자, 메시가 자리했다.
부끄러운 퇴장을 보인 마라도나와는 달랐다. 메시는 전매특허 왼발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주장의 품격이라 할 만했다. 득점포 가동에 5분도 필요 없었다. 전반 3분만에 골망을 갈랐다. 앙헬 디 마리아의 슈팅이 막혀 나온 것을 뒤에서 침투해 들어오면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영리한 프리킥도 돋보였다. 전반 45분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왼발 프리킥으로 자신의 대회 4호골을 신고했다.
이로써 메시는 3경기 연속 골맛을 봤다. '메신(神)'이라는 미명에 걸맞는 클래스를 과시했다. 메시는 16강전에도 대관식 전제조건 마련에 다시 나선다. 4경기 연속골 사냥과 함께 득점왕은 물론, 아르헨티나의 28년 전 영광 재현 도전에 계속 앞장 설 예정이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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