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지난 6일부터 목동 구장에서 치러진 넥센과 두산의 주말 3연전은 올시즌 유독 두드러진 ‘타고투저’ 현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넥센이 승리한 첫 두경기 스코어는 각각 15-10, 9-7, 두산이 9회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마지막 경기는 11-9였다. 사흘간 나온 점수는 총 61점. 경기당 20점이 넘었다. 흔히 조롱조로 얘기하듯 '핸드볼 스코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넥센과 두산이 마운드보다 방망이가 강한 대표적인 팀이고,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등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동네 야구도 이 보다는 낫겠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선발 투수의 약화를 꼽을 수 있다. 넥센은 3연전동안 선발로 금민철-밴헤켄-김대우를 차례로 내세웠다. 하지만 금민철은 2이닝을 던지다 중도하차했고(무실점), 밴헤켄은 6이닝을 버티긴 했지만 4실점(3자책), 김대우는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2⅓이닝 3실점 2자책) 고개를 떨구어야했다. 선발이 무너지니 계투조들도 허둥댔다. 넥센은 3연전 동안 총 26점을 내주며 평균자책점 8.68을 기록했고, 볼넷은 무려 21개에 달했다. 반면 타선은 총45안타, 12홈런을 때려내며 펄펄 날았다.
두산 선발은 더 처참했다. 볼스테드(2⅓이닝 7실점)와 노경은(⅔이닝 7실점) 모두 3이닝도 소화하지 못한 채 각각 7실점씩하며 조기 강판됐다. 7일 등판한 니퍼트는 6이닝을 버텼으나 역시 7실점했다. 두산은 6연패를 끊은 8일 경기에서도 선발 노경은이 무너져 경기 내내 끌려갔지만, 9회 터진 이원석의 극적인 3점포와 칸투의 쐐기 2점포를 앞세워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막강 화력을 지니고도 지난주 각각 6전 2승(4패), 5전 1승(4패)를 거두는 데 그친 두 팀 감독의 고민은 단연 마운드에 쏠릴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은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스트라이크 존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우리 팀의 경우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은 발전했는데 투수들은 다소 정체된 부분이 있다. 투수들이 쉬는 동안에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구종을 늘리는 등 자기 계발적인 부분에서 소홀했던 점이 있는 건 아니었나 싶다”고 밝힌 뒤 “물론 선수들을 이끌고 동기부여 시키는 건 코칭스태프와 나의 몫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반면 두산 송일수 감독은 투수들의 제구력과 '두 번째 투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송 감독은 “볼 배합과 스트라이크존 등의 문제도 있지만 (연패 기간 중) 선발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할 때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또 볼을 던져야 할 때 가운데 몰리는 공을 던져 대량 실점했다”면서 “필승조와 추격조의 격차도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대량 득점이 나오고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한국야구는 선발 투수들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 또 두 번째 투수도 없으니 내량 득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두 감독의 지적에 대해 한 선수는 “요즘 타자들은 웨이트의 중요성을 알고 힘을 길렀다. 또 외국인타자들의 영향으로 배트나 다른 부분들도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구단에서 받는 전력분석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팀 추격조가 약한 것도 타자들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인 것 같다. 선발 투수가 흔들려서 큰 점수차로 승부가 기울어도, 타자들은 개인 성적과 기록이 걸려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중하게 된다”면서 “강속구 투수를 만나도 제구가 안되면 공략할 수 있다. 필승조를 만나도 예년같은 힘이 느껴지기보다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투수보다 타자가 힘을 과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0의 행진이 계속되는 투수전보다는 화끈한 화력 대결이 야구팬들을 더 신나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쳤다하면 안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면 야구를 보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투수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워지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투고타저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어,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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