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12년 전 한 청년이 유럽 무대를 밟았다. 그라운드에 선 그의 도전은 역사가 됐고 한국축구 발전의 단초가 됐다.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14일 수원에 위치한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이로써 박지성은 24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긴 여정에서 반 이상을 유럽에서 보낸 박지성이었다. 뒤돌아보면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2002년 박지성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유럽에 발을 내딛었다. 일본 교토퍼플상가를 떠나 PSV아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작은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무릎 부상과 현지팬들의 차가운 반응들은 박지성을 작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배려 아래 한 계단씩 올라갔다. 기다림은 곧 결실을 맺었다. PSV에서 주전을 꿰찼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만능 날개로 자리매김했다.
2004-05시즌, 인생골이 터졌다. AC밀란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박지성은 번개 같은 침투와 함께 밀란의 골망을 갈랐다. 당대 내놓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한 밀란을 상대로 터트린 골은 보는 이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됐다.
여기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있었다. 박지성의 활약을 눈여겨 본 퍼거슨 감독은 전화기를 들었다. 박지성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내며 영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했다. 고민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결국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그것도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였다.
본격적인 박지성의 유럽 평정이 시작됐다. 박지성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과 함께 경쟁 혹은 공존을 모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수비형 윙어'의 창시자로 군림하며 박지성은 맨유 간판 선수들과 좋은 하모니를 이끌어내 퍼거슨 감독을 흐믓하게 했다. 한국인 최초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는 등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맨유와의 동행도 영원하지 않았다. 7시즌이 지나자 이상기류가 생겼다. 출전 기회가 부쩍 줄어든 것. 박지성은 경기에 나서기를 원했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돌연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적응은 순조로웠다. 퀸즈파크레인저스는 박지성에 특급대우를 약속했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그라운드 안팎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속팀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마크 휴즈 감독이 경질되고 해리 레드냅 감독으로 교체되면서 박지성의 입지도 불안해졌다. 다시 짐을 쌌다. 친정팀 PSV로 귀환했다.
11년 전 그 PSV는 아니었다. 선수 면면은 바뀌었고 대다수가 경험이 미천한 신예 선수들로 구성됐다. 박지성은 흔쾌히 맏형 역할을 자처했다. 필립 코쿠 감독의 신임 아래 젊은 PSV의 중심을 잡으면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 PSV에 많은 것을 남긴 박지성은 팀을 4위로 이끌고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 뒤 박지성의 유럽 도전사도 막을 내리게 됐다. 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 1년 더 뛸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과감히 은퇴를 결정했다. 이제 지난 12년 간 유럽을 주름잡던 박지성의 활약상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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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