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스케이트 2014'에 출연한 데니스 텐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독립의병장이셨던 외고조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꾸준히 들었습니다. 2011년 미국으로 훈련지를 옮겼는데 그 때부터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을 많이 공부했죠. 외고조부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 분에게 받은 영향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어요."
데니스 텐(21, 카자흐스탄)이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아이스쇼인 '올댓스케이트 2014'에 처음 찾았다. 그가 유독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독립의병장 민긍호(1865~1908) 선생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민긍호 선생은 대한제국 군인으로 원주 진위대에 정교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1907년 고종이 물러나고 군대가 해산됨에 분개해 강원도 지역에서 의병들을 모집하고 의병을 일으켰다. 그의 활동은 관동 일대로 퍼졌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알렉산드라 김은 데니스 텐의 할머니다. 이러한 직계를 따라가면 데니스 텐은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가 된다.
독립의병장의 피가 흐르고 있는 데니스 텐은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터로 성장했다. 지난 2010년 17세의 어린나이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11위에 그쳤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위로 뛰어오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외고조할아버지가 독립의병장이라는 얘기는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꾸준히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 역사를 공부하면서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를 알게 됐죠. 원주에 있는 외고조할아버지의 묘역을 처음 찾았을 때는 강렬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통해 그 분을 더욱 존경하게 됐죠."
데니스 텐은 민긍호 선생의 묘역에서 돌을 가지고 왔다고 밝혔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외고조부에게 영향을 받고 싶었다. 올해도 아이스쇼가 열리기 3주 전 묘역이 있는 원주를 찾았다. 이번에는 돌을 2개 들고 왔고 언제나 가방에 간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외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오면 매우 편안하고 매년 한국 한 번씩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삶의 정서 등 모든 것을 사랑해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제 유전자가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스케이터로 성장한 그는 꾸준히 세계 상위권에 도전했다. 그러나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남자싱글의 벽은 높았다. 2009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지만 좀처럼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데니스 텐이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탭댄스를 펼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그러나 꾸준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4회전 점프가 한층 위력을 발휘하면서 정상급 스케이터로 우뚝 섰다. 마침내 데니스 텐은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많은 것이 변했어요. 미국으로 훈련지를 옮기면서 많이 성숙해졌고 외고조할아버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모두 강한 분들이에요. 힘들 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강하게 일어나시죠. 저도 이러한 점을 닮아 강한 의지로 훈련했습니다. 미국에 가서 처음 훈련할 때는 힘들었지만 외고조할아버지를 본받아 열심히 훈련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2014 소치올림픽 남자싱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텐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0, 일본)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이들은 4년 뒤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4년 뒤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제가 고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점이죠. 한국 국민들이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올댓스케이트 2014를 모두 마친 데니스 텐은 3회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2008년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연아를 처음 만났다. 그 때 김연아의 사인을 받고 싶어서 8번이나 시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데니스 텐은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김연아의 파트너로 연기를 펼쳤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의 파트너가 된 것이 내 올림픽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전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