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동안 노래를 부른 이주엽은 아직 열정이 가득했다. ⓒ 베스트윌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가수 이주엽은 낯설다. 2014년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는 말이다. 이주엽은 30여 년 동안 음악생활을 해온 야인이다. 그는 1980년대 사랑을 받았던 록밴드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했다. 1986년까지 그룹에서 음악작업을 해오던 이주엽은 솔로가수로 나섰다. '너를 생각하며' '호텔 리버사이드' 등의 곡을 발표했다. '너나 잘해'는 1990년대 중반 록카페에서 그 시절 청춘들이 즐겨듣는 음악이었다.
이주엽의 중저음이 바탕이 된 칼칼한 보컬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음악팬들에게는 '이주엽'이라는 이름이 각인되진 못했다. 그는 '너나 잘해'로 인기를 끌 무렵 대마초 사건으로 방송출연을 금지당했다. 끝이 잡히지 않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던 이주엽은 지난해 영화 '미스 체인지' OST곡 '넌 나처럼 살지마'를 발표하며 다시 관심받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곡 '온다 그렇게 말해줘'를 내놓으며 쉼 없이 작업을 이어왔다.
'온다 그렇게 말해줘'의 장르는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발라드, 소프트 록 등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성인 취향의 팝 음악 스타일)다.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브라스 편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번 앨범은 제가 안 해봤던 음악이죠. 저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아니에요. 한 시대에 흘러가는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일 뿐이죠. 저도 대중의 반응을 의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이주엽은 자칫 촌스러워질 수도 있는 브라스 사운드에 세심하게 접근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2009년 5집 'This Is Happy & Love Song(디스 이즈 해피 앤 러브 송)'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결과물이다. 제작에는 5개월이 걸렸다. 이주엽은 새 앨범이 탄생하기 전까지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그동안 배운 기술도 없었지요. 육체적인 노동으로 삶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제 마음을 더 가라앉힐 수 있었고 지난 시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이주엽은 쓸데없는 가식으로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았다. 여유일 수도 있지만 그가 타고난 천성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 끝에 새 앨범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자신의 음악에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음악관은 폭이 넓었지만 확고했다. "대중음악은 변한 게 없죠. 음악은 일곱 개 음계에서 나오고 그저 시대에 따라 악기 편성이 달라지고 기법이 세련됐다고 인식하는 것뿐이에요."
이주엽은 대중음악과 자신의 보컬에 관해 항상 고민했다. ⓒ 베스트윌엔터테인먼트
대중음악은 많은 이들이 듣지 않으면 의미가 무색해지는 면도 있다. 그래서인지 가수들은 시대의 반응에 항상 귀 기울인다. 음악의 길을 따라온 이주엽은 이와 관련해서도 생각을 전했다. "너무 자신의 것이 없이 세상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면 너무 비굴한 음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대중음악도 그저 지나가는 한 시대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이주엽은 음악에 대해 항상 갈증을 느끼는 듯했다.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완성보다는 미완성이 눈에 걸렸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보컬이죠. 앨범을 낼 때마다 '노래를 왜 이따위 밖에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죠. 제 노래가 부끄러워 오금이 저릴 정도예요. 그래서 잘 듣지 않아요." 그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고, 현재는 록보컬 느낌이 강한 목소리에서 힘을 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항상 남의 노래를 들으며 배우는 입장이라고 밝힌 이주엽은 단 한 번도 누구에게 노래를 가르쳐 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손자 혹은 손녀가 노래에 관심이 있다면 노래를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그 누구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아서 하지 않았어요. 제 보컬도 정립이 안 됐는데 누굴 망칠 일이 있나 싶었어요. 대신 가족들이 노래하겠다고 하면 가르쳐 주고 싶어요. 원망은 제가 듣는 거니까요."
이주엽은 곡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꼽았다. "감성적인 멜로디를 좋아하죠.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저는 그래요. 곡을 고를 때는 촉각을 곤두세워 듣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멜로디지만 익숙한 멜로디로 생각되면 과감히 쳐낸다고도 했다. 일련의 음악 작업에 완벽을 기하는 이주엽이지만 되레 '완벽'이란 표현을 거북해했다. "완벽이란 건 없어요. 명화를 보고 사람들은 그렇게 볼 수 있어도 작가는 항상 불만족할 거로 생각해요." 그는 자연 현상 외에는 인간이 만드는 일 중에 완벽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엽은 마지막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저의 80년대는 정말 열정적이었고 90년대는 무기력했어요. 2000년대에는 방황의 시작이자 정리의 시작이었죠. 새 앨범을 내놓은 지금, 제 바람은 또 달려가는 것이죠.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꿈과 로망을 안고서요."
이주엽은 신곡 '온다 그렇게 말해줘'로 다시 내달릴 준비를 마쳤다. ⓒ 베스트윌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