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5:40
스포츠

[Return of the Queen] 김연아, 메달 색 떠나 女싱글 전설로 남다

기사입력 2014.02.21 08:19 / 기사수정 2014.02.24 07:54

조영준 기자


금메달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쇼트 : 74.64 프리 : 149.95 총점 : 224.59)

은메달 - 김연아(쇼트 : 74.92 프리 : 144.19 총점 : 219.11)

동메달 - 캐롤리나 코스트너(쇼트 : 74.12 프리 : 142.61 총점 216.7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마친 김연아(24)는 만족스럽다는 듯 의연하게 링크를 빠져나왔다. 4년 전 올림픽 우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도전하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였다.

링크를 빠져나온 김연아는 현재 자신의 코치이자 피겨의 길로 안내해준 은사 류종현 코치와 포옹했다. 잠시 울먹이는 듯 보였다. 묵묵히 키스앤크라이존으로 걸어간 그는 점수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실망한 표정이 잠시 스쳤다. 그리고 곧 받아들인다는 듯 너그럽게 웃었다.

정말로 '여제'다운 모습이었다. 다른 선수 같았다면 억울함에 가득 찬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을 만 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모든 것을 초월해 있었다. 소치로 떠나기 전 김연아는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소인배 같은 태도는 버렸다. 홈 어드밴티지의 이점으로 엄청난 점수를 받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와는 확연히 달랐다. 비록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에 그쳤지만 진정한 챔피언은 김연아로 보였다.

피겨 역사상 최고의 이변이 일어났다.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이 모든 것은 스케이터의 실력이 아닌 올림픽이 열린 대륙과 국가의 힘이 컸다. 해외 언론들은 일제히 "금메달을 획득한 소트니코바는 홈어드밴티지의 이점을 받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소트니코바는 분명 대단했다.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고 홈 팬들의 성원에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싱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224.59점을 받은 것은 의문이다. 아무리 점수를 많이 받아도 소트니코바의 실제 실력은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주니어 선수권 우승자인 그는 이듬해 시니어 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12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B급대회(골든스핀 오브 자그레브) 우승 이외에는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없다. 소트니코바의 종전 개인 최고 점수는 202.36였다. 지난달 2014 유럽선수권에서 세운 이 점수는 불과 한 달 만에 무려 22.23점이나 뛰어올랐다.

말이 많았던 두 선수의 프로토콜을 보자.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난 가산점(GOE)의 공정성은 의문이 남는다. 김연아가 정교하고 비거리가 넓은 점프를 구사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통용됐다. 보편적으로 시선으로 두 선수의 점프를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주어진 과제를 정확하게 제출한 학생과 어중간히 비슷하게 적은 학생. 어느 쪽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할까. 항상 모범 답안을 제시한 김연아는 높은 가산점으로 경쟁자들을 크게 제쳤다.

하지만 이번 소치올림픽 여자싱글의 가장 모범적인 우등생은 소트니코바였다. 소트니코바는 재능이 많고 뛰어나지만 모든 점프를 김연아 만큼 정교하게 뛰는 선수가 아니다. 성공률이 높게 안정적인 점프를 뛰는 선수에 속한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홈어드밴티지의 최대 수확자가 됐다.

기술 점수의 높은 가산점과 더불어 소트니코바는 예술점수도 후하게 받았다. 아직 18세 소녀인 그는 각 항목에서 대부분 9점이 넘는 점수를 기록했다. 예술점수 항목에서 9점 이상이 넘으면 안무 소화와 트랜지션 독창성 그리고 스케이팅이 최고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점수대로라면 소트니코바는 최상의 스케이팅 스킬을 펼쳤고 관객들에 감동을 줄만큼 표현력이 좋았다는 뜻이다.

김연아의 롱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는 다른 선수들의 프로그램과 비교해 차원이 다르다. 기술 사이사이에 가득 찬 안무 때문이다.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수행하면서 안무까지 놓치지 않는 스케이터는 흔치 않다. 이번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소트니코바는 최선을 다했고 홈 관중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심판 판정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이번 소치올림픽 여자싱글은 두고두고 의문점이 많은 대회로 남을 공산이 크다.

2012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하게 좋은 경기를 펼치는 그는 이에 합당한 결과물을 얻었다. 올림픽이 유럽에서 열렸다는 점도 코스트너의 상승세에 날개를 붙었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은메달 획득을 끝으로 빙판을 떠난다. 올림픽 은메달보다 반드시 기억해야할 중요한 업적이 있다. 노비스(만 13세 이하) 시절부터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선수는 오직 김연아 뿐이다. 21세기 이후의 모든 여자싱글 기록은 김연아의 몸짓에서 작성됐다. 그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록한 228.56점은 여전히 최고 점수로 남아있다.

여기에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 2번의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에 성공한 점. 김연아는 분명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이자 여자싱글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캐롤리나 코스트너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