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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Queen] 김연아, 밴쿠버에서 '신이 내린 연기' 펼치다

기사입력 2014.02.14 08:33 / 기사수정 2014.02.14 08:4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9 미국 LA 세계선수권대회서 생애 첫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김연아는 올림픽이 열리는 2009~2010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시니어 4년차였던 이 시즌은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해였다. 꿈에 그리던 무대인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뒤 김연아는 독보적인 스케이터로 올라섰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트레이시 월슨은 올림픽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다. 밴쿠버를 겨냥한 새 프로그램에 대한 참신한 생각은 쉽지 않았다. 전 시즌에서 선보였던 '죽음의 무도'(쇼트)와 '세헤라자데'(프리)의 반응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을 정복한 프로그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선수와 스텝들의 무거운 과제였다.



그러던 중 데이비드 윌슨과 트레이시 월슨은 제임스 본드 영화의 테마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곡은 김연아의 장점인 강렬한 연기를 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소녀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해 성숙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도 담고 있었다.

첩보영화의 대명사인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1990년생인 김연아에게 생소한 영화였다. 본드걸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김연아는 직접 이 영화를 관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선보이지 못한 독특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김연아는 200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에릭 봉파르'에서 이 작품을 초연했다. 눈부신 비즈가 장식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김연아는 고혹적이면서도 강렬한 본드걸을 연기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스케이터인 키이라 코르피(26)는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가장 좋아하는 김연아의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도 기회가 되면 따라하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점프 구성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그리고 더블 악셀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이는 대회였지만 김연아는 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할 때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시즌 첫 대회에서 받은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76.08점이었다.


이어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새 작품을 공개했다. 김연아가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할 롱프로그램은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였다. 이 곡의 특징은 부드럽고 잔잔한 선율로 시작해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종달새의 비상'이나 '미스 사이공' 그리고 '세헤라자데'와 비교해 특징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진가는 올림픽에서 발휘된다. 김연아는 에릭봉파르 프리스케이팅에서 133.95점을 받는다. 쇼트와 프리 점수를 합친 점수는 210.03점. 7개월 전 미국 LA에서 자신이 세운 여자싱글 역대 최고 점수인 207.71점을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두 번째로 출전한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187.98점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남은 대회는 그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이었다. 적지나 다름없는 일본에서 대회가 열렸지만 그곳에는 아사다 마오(24, 일본)가 없었다.

당시 아사다는 극심한 기복을 노출하며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러시아 로스텔레콤컵 대회에서는 5위로 추락했다. 아사다는 프랑스 에릭봉파르에서 김연아에 36.04점으로 패했다. 도저히 라이벌로 보기 힘든 점수 차였다. 이러한 기세에 눌렸던지 아사다는 들쑥날쑥한 점프 성공률을 보이며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아사다가 없는 상황에서 도전해온 이는 안도 미키(27, 일본)였다. 안도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김연아를 추격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안도를 제치며 생애 3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남은 것은 밴쿠버올림픽 뿐이었다. 여러모로 김연아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훈련지인 토론토가 밴쿠버에서 멀지 않다는 점. 시즌 초반부터 모든 포커스를 올림픽이 열리는 2월에 맞추고 있었다는 점. 올림픽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자신감이 넘쳤다는 점. 1년 전 미국 LA로 입성할 때보다 김연아의 몸 상태는 더욱 좋았다.

파이널 진출에 실패한 아사다는 2010년 1월 전북 전주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에 출전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김연아를 비롯한 정상급 선수 대부분이 빠진 4대륙선수권에서 아사다는 정상에 오른다.

아사다 외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인물은 조애니 로셰트(28, 캐나다)였다. 로셰트는 2009년 4대륙선수권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특히 올림픽이 자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층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김연아 앞에서 이들은 적수가 아니었다. 밴쿠버에 도착한 김연아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연기는 피겨의 전설인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페기 플레밍(미국) 그리고 카타리나 비트(독일)의 거룩한 계보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는 한 치의 빈큼도 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78.50점을 받으며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만 홀로 5번 째 작성했다. 남은 것은 조지 거쉰의 피아노 선율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것뿐이었다.

2010년 2월26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로세움 경기장. 피겨 스케이팅 올림픽 역사상 기억에 남을 '명연'이 펼쳐진 날이다.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이날 김연아는 한 치의 틈도 쉬어갈 수 없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클린에 성공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따라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켰다. 이어진 후속 점프도 모두 공중에 찬란하게 이륙해 차가운 빙판 아래로 착륙했다.



복잡은 기술을 소화하면서 안무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스케이팅은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고 표정 연기는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연기가 끝난 뒤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승리를 확신한 듯 양팔을 들고 환호한 김연아는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신이 내린 연기'를 관전한 세계 각국 방송진은 찬사를 보냈다. NBC 피겨 해설가인 산드라 베직이 "오! 신이시여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중 최고"라고 말한 멘트는 유명하다.

장내 아나운서는 김연아가 받은 점수를 소개했다. 150.06점. 프리스케이팅 하나로 나온 점수였다. 최종합계 228.56점을 받은 김연아는 여자싱글의 전설로 발돋움했다.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205.50)와의 점수 차는 23.06점 차였다. 피겨 남녀싱글을 통틀어 가장 완전무결한 승리였다.

* 김연아의 라이프스타일

- 파리지엔느를 꿈꾸는 김연아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11개국을 돌아다니며 국제대회를 치렀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해외여행은 꼭 하고 싶은 필수 목록이다.

김연아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각국 도시를 방문했지만 아쉽게도 여행을 한 적은 별로 없다. 모두 대회를 치리기 위해 방문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꼭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김연아는 프랑스 파리를 꼽았다. '낭만의 도시' 파리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는 김연아와 인연이 있는 도시다. 시니어 첫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곳이 파리다. 2006년 11월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 에릭 봉파르대회에서 김연아는 184.54점을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뒤 다시 파리를 찾아 같은 대회에서 당시 최고 점수인 210.03점을 받으며 정상에 우뚝 섰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아사다 마오 조애니 로셰트 ⓒ Gettyimages/멀티비츠, 김연아 키이라 코르피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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