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패기 넘치는 신인과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고수.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힘과 패기를 앞세운 신인은 '두려움'을 모른다. 세상의 무서움보다 자신의 능력을 더 믿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고수들은 '두려움'과 이를 대처하는 방법도 안다. 수많은 경험을 치르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몸소 체험해봤기 때문이다.
요즘 러시아 소치를 뜨겁게 달구는 어린 소녀가 있다. 이제 겨우 만 15세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피겨 단체전에 출전해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41.51점을 받았다.
2011-2012시즌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했던 리프니츠카야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4개의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아사다 마오(24, 일본)에 이어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유럽선수권에서는 209.72점의 높은 점수로 이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아사다를 큰 점수 차로 제치며 급부상했다. 리프니츠카야는 화려한 성적과 더불어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현 올림픽 챔피언이자 세계 챔피언인 김연아는 여유로움이 넘친다. 김연아는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로 출국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그는 올림픽 2연패와 리프니츠카야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김연아는 "다른 분들은 올림픽 2연패에 관심이 가겠지만 나는 그냥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마음이다.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아직 시합이 시작되지 않았고 공식 연습도 안 했는데 그런 얘기 나오는 것은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주변의 시선에 부담감이 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내가 경기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결과는 거기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 없이 인정할 것이다. 마지막 대회인만큼 훌훌 털어버리고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프니츠카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이 잘한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한 뒤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자국에서 열리는만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상대 선수를 존중했다.
김연아는 자신과 리프니츠카야의 입장이 다른 것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선수(리프니츠카야)는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지만 나는 마지막 대회다. 서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다른 선수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신경 쓰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준비한 만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프니츠카야는 현재 기세가 단단히 올라있다. 무서울이 것이 없는 어린 나이인데다가 자국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번 올림픽 최연소 출전선수다. 만 15세의 나이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행운을 얻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15세 소녀는 큰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김연아는 7번의 시니어 시즌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다. 다른 선수에 신경을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준비하고 대처해야할지도 깨닫고 있다.
'피겨 여왕'으로서의 여유로움 자체가 김연아의 자신감이다.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무대를 담담하게 준비한다는 마인드도 '최강자'의 자세다웠다.
김연아는 여자싱글의 각종 기록들을 모조리 바꿔왔다. 만에 하나 이번 올림픽에서 2연패에 실패하더라도 그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김연아 스스로가 밝혔듯 리프니츠카야의 승부와 올림픽 2연패보다 값어치가 있는 것은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을 온전하게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정석 점프를 뛰면서 자신이 피겨의 교과서임을 증명했다. 또한 피겨라는 종목이 기술로 채점을 높이는 종목이 아닌 예술이 스며들어 있어야함도 보여줬다.
패기 넘치는 리프니츠카야도 분명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피겨의 진정성'을 보여준 김연아에게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한편 13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공항에 도착한 김연아는 본격적으로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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