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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볼 人터뷰] 삼성 이시준 "빨리 코트로 돌아가고 싶다"

기사입력 2014.02.04 07:44 / 기사수정 2014.02.04 10:03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악바리' 서울 삼성썬더스의 가드 이시준을 표현하는 단어는 하나로도 충분하다. 종횡무진 몸이 부서져라 코트를 누비던 그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지 어느덧 2개월이 흘렀다.

삼성은 4일 현재 시즌 15승 26패로 안양 KGC와 공동 7위에 올라있다. 6위 고양 오리온스와는 어느덧 6경기차다. 아직까지 6강 진출의 불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준, 임동섭 등 시즌 초중반에 부상으로 낙마한 선수들의 부재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STC에서 이시준을 만났다. "오랜만에 인터뷰를 한다"고 웃으며 등장한 이시준의 얼굴은 밝았다. 지난 11월 KGC전에서 부상을 당했던 발목도 호전된 모습이었다. 걸음을 걷는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부상당한 이후로 한 6주는 꼼짝없이 집에서 쉬었어요. 막 깁스 풀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재활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걷는게 조금 편해졌어요."

마침 오늘 병원에 들렀다고 알고 있는데, 훈련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계속 좋아지고는 있는데 무리하면 안된대요. 근데 의사선생님이나 재활트레이너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좋아지고 있어요. 아직 공은 언제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많이 답답해요. 겨울에 경기장이 아닌 집에 있거나 재활한 적이 거의 없거든요. 티비로 삼성 경기 중계를 보는데 답답하죠. 맨날 움직이던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절친한 사이인 동부 이승준 역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형이에요. 제가 다쳤을 때도 가장 먼저 전화가 왔었고요. 형이 다쳐서 너무 안타까워요."

최근 삼성이 연패를 겪었는데…아무래도 선수단 안에 있을 때와 밖에서 볼 때의 시각이 다르지 않나.


"그럼요(단호). 많이 다르죠. 저도 그렇고, (임)동섭이도 다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아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고…. 밖에서 보는 것보다 뛸 때가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되든 안되든 부딪혀볼 수는 있잖아요. 특히 저랑 포지션이 같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더 그래요. 제가 들어간다고 해서 잘한다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시간을 좀 더 메워주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게 가장 아쉽죠."

그동안 선수단에 변화가 많이 있었다. 일단 마이클 더니건이 동부로 트레이드 됐다.

"네 많이 아쉬운게 더니건은 정말 삼성에 빨리 융화된 선수예요. 마인드도 좋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잘 지내왔던 선수기 때문에 더 아쉬워요. 가족을 보낸다는 기분도 들고요. 더니건은 애교가 많고 너무 귀여워요(웃음). 개그감도 뛰어나고요. 나이가 어리지만 프로 마인드도 확실한 선수예요. 동부에서 잘했으면 좋겠어요."

우승연도 SK로 갔고.

"승연이는 저랑 중학교때 부터 친구예요. 오래됐죠. 삼성에 와서 많은걸 못해보고 아쉽게 다른 팀으로 간 것 같아서 승연이 못지 않게 아쉬워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니까요. 승연이가 예전에 모비스에 1년 임대갔을 때 되게 잘했던 것처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SK도 승연이가 필요해서 데려갔을테니까."

또 김동광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리시면서 최선을 다하시는,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세요. 많이 아쉽고 또 죄송해요. 팀이 어렵고, 감독님이 많이 힘드셨는데 제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지 못한게…."



화제를 조금 바꿔서, 요즘 다른 팀 경기도 많이 모니터링 한다고 들었다.

"할 일이 없으니까 농구만 보게 돼요. 경기 뛸 때 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마음 편하게 보니까 타 팀 선수들의 플레이도 잘 보이죠. 저기 뛰고 있어야 되는데 나는 왜 티비 보고 있나(한숨)."

그런데 '악바리'라는 별명은 언제부터 생긴건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제가 심하게 다쳤는데도 회복기간 얼마 안거치고 바로 시합에 뛰고 그랬거든요. 어떻게 보면 미련한 짓이죠. 근데 그게 몸에 베인 것 같아요. 대학교 때도 뼈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은 운동한게 아까워서 못 쉬겠더라고요(웃음). 제가 아픈걸 참고 뛰는 것을 선생님들이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독하다고 '악바리'라고 부르셨어요."

아마추어때의 근성을 프로되서도 100% 유지하는건 어려운 일이지 않나.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농구를 다른 사람들처럼 잘하고, 몸 생각하면서 뛸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뛸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은 참아야죠. 사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진데, 제가 왜소하고 약해보이니까 그런 이미지가 부각된 것 같아요."

살이 잘 안찌는 체질?

"안쪄요. 저 6주동안 집에서 꼼짝도 안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1kg도 안쪘어요. 몸통이 얇은 것 같아요. (이)정석이 형은 저의 두 배거든요?"

부럽다(웃음).

"밥을 잘먹어서 그나마 유지하는 것 같아요. 살찌는 보약도 먹어 봤어요. 친구가 한의사거든요. 제가 그 친구한테 '너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구박해요(웃음). 김상식 감독대행님이 저랑 체질이 비슷하세요. 그냥 기초대사량이 남들보다 높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아내도 있고, 아들도 있다. 가족이 있으니 가끔 코트에서 몸을 사리고 싶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면 제 플레이가 안나온다고 생각해요. 물론 집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속상하겠죠. 아내가 시합을 잘 못보러 와요. 항상 다치고, 불안해보이기 때문에. 티비로 중계를 보더라도 틀어놓고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더라고요(웃음).

선수 가족들 마음이 다 그런것 같다. 얼마나 애가 타겠나.

"그런 것 같아요. 재작년인가 제가 경기 중에 임효성 형 손이랑 부딪혔는데 입술이 떨어져나가서 피가 터졌어요. 그때 아내가 충격을 많이 받았나 보더라고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일반인들은 다른가봐요. 물론 효성이형이랑 아내 수영이 누나는 아직도 저한테 미안해해요(웃음)."

아들은 티비에 아빠가 나오면 알아보나?

"올해 네 살이에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귀여워요. 아내가 신기하대요. 티비 중계에 제가 잡히면 알아본대요. 근데 시즌 중에 오랜만에 집에가면 아이가 저를 1분동안 멍하니 쳐다만 봐요. '저 사람 누구지?' 하는 느낌으로(웃음). 그래서 항상 적응기를 거쳐요. 가서 확 안아주면 아들이 놀래요."

집에서 쉬었던 6주동안 아들이랑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것 같다.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때 가족들이랑 집에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함께했죠. 근데 아파서 뭘 할 수가 없었어요. 처음 3주간은 너무 아파서 항상 진통제를 먹고 약기운에 헤롱헤롱하다가 잠들고. 한 3주동안 잠만 잔 것 같아요. 아내가 저를 안방에 가뒀어요(웃음). 아이가 혹시 저를 귀찮게 할까봐. 통증이 가라앉고나서 아들이랑 거실에서 놀았죠. 물론 제대로 놀아주지는 못했어요."



가족사랑이 애틋하지만, 유럽여행은 혼자서 다녀왔다고 들었다(웃음).

"아 그게 벌써 재작년인데요. 저는 같이 가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어렸어요. 아내가 비행기 티켓을 주면서 '같이 못가지만 혼자 가서 많이 보고,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돌아와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좋은 아빠가 되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떠났어요. 그때가 딱 서른살이었어요."

혼자 한 배낭여행에서 어떤걸 느꼈나.

"정말 많은 문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사실 저희가 선수 생활을 하다보니까 인간 관계가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잘 모르는 것도 많고요. 여행에 가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아 이런 세상이 또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가길 잘 했다(웃음)."

이시준에게 늘 자극이 되는 멘토가 있다면?

"삼성 코치이신 (이)상민이형. 상민이형은 그냥 한마디 툭툭 내뱉는데 그게 와닿아요. 함께 선수 생활 할 때는 저에게 '니 스피드 막을 사람 아무도 없다.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때는 제가 주눅들어서 플레이를 할 때였거든요. 정말 상민이형하고는 같이 뛰는게 그렇게 좋았어요. 심적으로도 편안하고, 뭐라 그럴까 패스가 오자마자 '야 이거 잡으면 던져'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와요(웃음). 슛이라고 마음 안먹었는데도 공 잡으면 나도 모르게 올라가있고. 그만큼 편안하게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드가 최고인 것 같아요. 상민이형 플레이는 (김)태술이나 (김)승현이형처럼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예요. 정직하게 뿌리는데도 화려하게 보이죠. 저는 그런 가드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항상 상민이형같은 가드가 되고 싶었죠. 안되는게 문젠데(웃음)."

그러고보니 이시준도 어느덧 서른두살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는 무엇인가.

"시간이 정말 빨라요(웃음). 근데 나이는 누가 물어볼 때나 얘기하지 별로 의식되지 않아요. 대신 후배들이 많아져서 인사를 하기보다 받는 입장이라는거? 제 신체 나이가 젊대요(웃음). 술 안마시고, 담배 못펴서 그런지 몰라도. 은퇴하기 전까지 우승반지 끼는게 목표예요. 그리고 그 우승을 삼성에서 하고, 삼성에서 은퇴하는게 목표예요. 제가 지금 삼성에서 순수혈통으로는 가장 오래된 선수거든요. (이)정석이형은 트레이드 되서 왔고, 제 밑으로는 (차)재영이가 있죠. 삼성에서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제가 사실 팬분들과 소통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어떻게 재활이 진행되고 있나 궁금하실꺼 같아요. 재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몸이 허락한다면 시즌 끝나기 전에 찾아뵐 수도 있고, 정 안된다면 다음 시즌에 건강한 모습으로 제 플레이 보여드리는게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시준은 지난 2011-12시즌부터 '썬더스 해피포인트'라는 이름의 모금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시준이 경기 중 스틸 한개를 기록할 때 마다 5만원씩 적립된다. 그리고 그 모금액은 모두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들에게 기부된다. 또 이시준이 직접 삼성서울병원에 방문해 아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져왔다.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18경기밖에 뛰지 못해 33개의 스틸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 그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이시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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