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여동생? 우리가 몰랐던 박보영의 모든 것

▲ 박보영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지난해 극장가는 남자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여배우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좁아졌다. 또한 특출나게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여배우가 없었기 때문에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 속에 배우 박보영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인증받는 몇 안되는 20대 여배우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보영은 여배우로서의 삶과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속시원히 밝혔다. '우리가 생각하던 박보영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는 내면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박보영은 영화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으로 만들어진 국민여동생 이미지가 굳혀갈 때쯤  '피끓는 청춘'을 통해 연기변신을 꾀했다. 박보영은 앞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무엇이 필요한지, 배우로서 어떤 길을 걸어 나가야 할지 해 진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영리한 여배우였다.

박보영은 '피끓는 청춘'에서 충청도 일대를 접수한 홍성농고 여자 일진 영숙 역을 맡아 침을 툭툭 내뱉고 거친 욕을 맛깔나게 해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체구의 몸으로 이세영과 화장실 격투씬까지 소화해야 했다. 맑은 목소리로 기타를 치던 '늑대소년' 순이와는 정반대 캐릭터였다.

"늑대소년 끝나고 홍보할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하지 않았던 장르와 캐릭터를 찾고 싶었어요. 솔직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 저에게 '피끓는 청춘'은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일종의 기회였어요."



▲ 궁금증1. 박보영은 노래에 자신있다?

영숙은 주먹과 깡으로 많은 수하들을 거느린 일진이지만, 어릴 적 친구였던 중길(이종석 분)을 향한 마음을 품고 있다. 영숙은 중길에게 협박에 가까운 애정 표현을 하면서 사랑에 서툰 여고생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박보영 특유의 사랑스러운 느낌이 빛을 발했다. 특히 소풍 장기자랑 시간에 사랑의 연적 소희(이세영)가 팝송을 부르자 무대 위로 뛰쳐나가 친구들과 함께 '마음 약해서'를 부르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냈다.

박보영은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수십 명의 보조 출연진 앞에서 춤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 장면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한테 '날 좀 봐 달라'고 발악하는 거였어요. 사실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요. 손이 떨리면서 '아 어떡하지. 빨리 해야 되는데' 정말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냥 눈 딱 감고 한 곳만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렀죠."

박보영은 이 장면뿐만 아니라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된 OST에도 참여했다.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고운 목소리를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박보영은 "기술 시사회날 영화를 처음 보고 엔딩 크레디트에 제 노래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감독님께 냉큼 쫓아가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죠. 원래 럼블피쉬가 부른 버전이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되기로 했었어요. 저는 OST 앨범을 위해 이벤트 성으로 불렀었죠"라며 부끄러워했다.

박보영은 전작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에서도 OST를 통해 노래실력을 뽐낸 바 있다. '박보영이 OST를 부르면 그 작품은 흥행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하자 그는 해맑게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영화가 재밌어야 노래도 잘되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작품을 할 때마다 감독님들이 노래를 시키세요.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했는데 너무 깊숙이 들였나 봐요."



▲ 궁금증2. 박보영은 앳되고 귀여운 모습만 있다?

올해 스물 다섯인 박보영.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성장해 나갈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박보영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박보영은 영숙을 통해 박보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확 깨버렸다. 국민여동생 이미지를 원하는 팬들에게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배우 박보영으로서 한걸음 나아간 것은 틀림없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평해달라고 말하자 박보영은 "관객들이 영숙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야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영화에서는 촬영할 때 보다 살짝 약하게 표현됐어요"라며 일부 편집된 장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판단하는 박보영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는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야 발전할 수 있잖아요. 사실 주위 분들이 객관적인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깐 작품을 선택할 때 '이런 모습이 저한테 있는거 같아요?라고 코치코치 캐물어요. 남이 보는 제 모습과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은 거리감이 있잖아요"라고 똑부러진 답을 내놓았다.

박보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실 극 중 영숙보다는 서울에서 온 꽃미녀 전학생 소희에 가깝다. '터프한 연기를 하는데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박보영은 의외의 성격을 공개했다. "저는 오히려 답답한 상황이 있으면 나서서 정리하는 걸 좋아해요. 되든 안 되는 일단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죠. 결코 소극적이지 않아요."

박보영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솔직 털털하면서 굉장히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여배우였다. "예전에는 주위사람들 원하는 걸 다 들으려고 하니 제 주관이 없었어요. '보영이는 영화만 했으면 좋겠어. 이런 역할만 했으면 좋겠어' 이렇듯 다들 요구사항이 다르니깐 다 포용할 수 없겠더라고요. 사람들과 소통하되 내 꿈은 확실히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 궁금증3. 박보영은 남자복이 많다?

박보영은 '늑대소년' 송중기를 비롯해 '피끓는 청춘' 이종석, 김영광 등 대세 꽃미남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에 박보영이 가는 곳마다 대세남과 하는 소감에 관한 질문이 따라다녔다. 남배우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 아쉬울 법도했다.

이 남배우들 역시 박보영이라는 '연기할 줄 아는 여배우'가 있었기 때문에 빛날 수 있었다. 하지만 박보영은 "중기오빠나 종석 오빠 둘 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잘 소화했어요. 그런 거 보면 제가 복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제가 옆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잘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두 사람의 호흡이 있어야만 '케미'가 생기잖아요"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종석과 김영광, 두 남자와의 호흡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광오빠랑은 붙는 씬이 많은데 종석오빠는 함께 나온 씬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제가 죽어라 쫓아다닐뿐 마주치는 일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어차피 저 혼자 좋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약간의 데면데면함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박보영에게 '외롭지 않냐'고 물으니 남자 배우들과 촬영할 때마다 연애하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연기지만 연애 감정을 느껴요. '늑대 소년' 순이 일때는 철수와 사랑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광식이(김영과)의 사랑을 엄청 받잖아요. 언제 그렇게 열렬한 짝사랑을 받아 보겠어요. 행복해요."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사진 = 박보영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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