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언제부터인가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한국 낭자들의 기세가 남성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른바 스포츠 '우먼파워' 전성시대다. 2014년은 소치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빅이벤트가 많다. 엑스포츠뉴스는 갑오년을 맞아 2014년을 빛낼 여성 스포츠 스타 10명을 조명했다.<편집자주>
① 여자농구 박혜진
② 여자배구 양효진
③ 여자당구 차유람
④ 클라이밍 김자인
⑤ 쇼트트랙 심석희
⑥ 리듬체조 손연재
⑦ KLPGA 장하나
⑧ LPGA 박인비
⑨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⑩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지난 2일 열렸던 2013시즌 볼빅 KLPGA 대상 시상식.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주인공은 장하나였다. 대상, 다승왕, 상금왕 등 세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은 장하나는 단상 위에 올라 "시합이 많아지니까 내가 이런 상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KLPGA와 우리 선수들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가족, 친구들과 눈을 맞추다 가슴이 벅찬듯, 잠시 목이 메이기도 했다. 부진에 울었던 스무살짜리 소녀는 그렇게 여왕으로 성장해 있었다.
장하나의 성장은 결코 하루 아침에 일어난 '마법'같은 일이 아니다. 장하나는 데뷔 첫 해인 2011년 상금 랭킹 32위에 머물면서 분루를 삼켰다. 프로의 장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2년차 초반에는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장하나는 2012시즌 개막전부터 5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오프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사람들은 그의 실력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실망이 컸다.
그러나 좌절은 일렀다. 장하나는 약점으로 지적됐던 퍼팅 정확도와 쇼트 게임 보완에 힘썼다. 여기에 타고난 비거리까지 더해지자 제 실력이 기지개를 켰다. 6월에 열린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대회 11위, 10월에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장하나 스스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고 밝힐 만큼, 터닝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장하나는 자신의 시즌 목표를 "3승"이라고 밝혔다. 그의 장담은 거짓말처럼 실제가 됐다. 상반기엔 준우승만 3차례 했고, 5월 두산 매치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이어 손가락과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입으면서 우려를 낳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털어내고 필드로 복귀해 곧바로 2승을 더 거뒀다.
김세영과 김효주라는 쟁쟁한 경쟁자들 있었지만 11월 ADT캡스 챔피언십 준우승을 추가하며 시즌 최종전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3관왕을 확정지었다.
장하나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즌 내내 앞만 보고 달렸다. 한 게임, 한 홀, 한 퍼터에 집중하며 묵묵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시즌 3승과 상금 6억 8900만원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2009년 서희경(6억 6375만원) 이후 총 상금 6억원을 돌파한 선수는 장하나가 유일하다.
이제 LPGA도 장하나를 주목하고 있다. 장하나는 31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4.20점을 얻으며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박인비(1위), 유소연(5위), 최나연(7위), 김인경(10위)에 이어 다섯번째 선수다. 장하나는 10일 발표된 순위에서 22위였으나 이후 급상승해 꾸준히 10위권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인 KLPGA 투어에만 참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2014년을 맞는 '골프 여왕' 장하나는 아직 LPGA 진출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힘들게 새 시작을 하고 싶지 않다"며 "LPGA 투어 중 KLPGA 상금왕 자격으로 초청받을 수 있는 대회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새해에도 대박 조짐이 느껴지고 있다. 장하나는 지난 15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대회이자 2014시즌 두번째 대회인 현대차 중국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213타를 기록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KLPGA 통산 다섯번째 우승을 거두며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2014년을 맞게 됐다.
당찬 골프 소녀에서 골프 여왕으로 거듭난 장하나. 어제보다 빛나는 내일을 꿈꾸는 그가 새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장하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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