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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가혹한 숙명은 숭고한 감동이 되어…

기사입력 2013.10.22 19:17 / 기사수정 2013.11.18 18:21



▲ 노트르담 드 파리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인간은 누구나 사랑이라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이 비극이든, 희극이든 사랑은 잘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못난 사람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진다. 그 사람이 흉측한 외모의 꼽추 콰지모도(홍광호, 윤형렬 분)일지라도 말이다.

2007년 한국어로 초연된 뒤 2009년에 이어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바다, 윤공주)와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콰지모도를 통해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그려냈다.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된다 해서 비극적인 로맨스로만 규정지을 순 없다.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고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시대의 이야기를 적절히 녹여냈다. 빅토르 위고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견한 아나키아(ANArKH, 숙명)라는 단어에서 원작이 출발했듯 뮤지컬 역시 애꾸눈에 절음발이, 귀머거리인 남자와 쾌락을 파는 천한 여자의 피할 수 없는 가혹한 숙명을 담아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시종 이분법적 세계관을 부정한다. 모든 인간에게 정숙과 쾌락,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 상반된 개념이 공존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노트르담 성당 대주교의 신분인 프롤로(민영기, 최민철)는 에스메랄다에 집착하는 것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근위대장 페뷔스(김성민, 박은석)는 약혼녀(이정화, 안솔지)가 있음에도 에스메랄다에게 첫 눈에 반한다. 흉측한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자신과 정반대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프롤로와 페뷔스, 콰지모드는 저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숙명을 깨닫고 절망한다. 이 때 세 사람이 '아름답다'(Belle)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하다.

'아름답다' 뿐 아니라 '대성당들의 시대', '아베마리아', '보헤미안', '살리라', '불공평한 이 세상' 등 중후하면서도 감미로운 54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송스루 뮤지컬의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개성강한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무게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홍광호는 출충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꼽추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해낸다. 죽은 에스메랄다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도 뭉클하게 만든다. 

윤공주는 남자들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 에스메랄다의 매력을 온전히 꺼내놓았고, 그랭그와르(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역의 마이클리 역시 특유의 고음과 함께 파리 거리의 음유시인 느낌을 물씬 살려낸다.




작품과 배우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연출 솜씨도 훌륭하다. 예술성이 짙은 프랑스 뮤지컬에 익숙지 않은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철학적인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감상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춤과 노래가 분리된 작품답게 앙상블들은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이 결합된 수준 높은 안무를 보여준다. 이들의 화려한 몸짓에 등장인물들의 슬프고 처연한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 몰입을 돕는다. 움직이는 기둥과 무용수들이 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대형 종 등 1482년의 노트르담 대성당 분위기가 묻어난 무대 세트와 감각적인 조명도 눈 여겨봐야겠다.

11월 17일까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150분. 만 7세 이상. 공연 문의: 1544-1555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노트르담 드 파리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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