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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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이' 여진구, 우리가 사랑하는 그 소년

기사입력 2013.10.16 11:51 / 기사수정 2013.10.16 13:31

나유리 기자

▲여진구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밝다', '건강하다', '어른스럽다', '아이 같다', '바르다', '착하다', '부럽다'… 모두 다 여진구를 만난 후에 떠오른 동사들이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화이'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기자는 서울 모처에서 여진구를 만났다. 자신의 첫 주연작 안에서 아역배우의 꼬리표를 완전히 뗄 수 있을 만큼 파괴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 '괴물'답지 않게, 여진구는 평범한 17살의 소년 그 자체였다.

스스로 "낯을 가린다"고 평한 만큼 처음 본 이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넨 여진구는 이내 코디 누나들, 매니저 형들과 자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쉴새 없이 쾌활한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

이후 테이블에 앉자마자 "오늘 학교 친구들이 현장학습 가지 않았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여진구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 지금 정말 놀랐어요. 친구들은 지금 현충원에 있거든요" 

'현장학습'이라는 주제를 나누다 보니 더더욱 여진구가 17살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한층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굉장히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근데 친해지면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에요. 장난 치는 것도 좋아하고, 외향적인 면이 되게 많아요"



여진구도 마음이 뒤숭숭한 사춘기 소년의 일탈을 꿈꾼 적이 있을까.

"딱히 일탈이랄게…(웃음).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친구가 지금 방황하고 있지만(웃음). 저는 사춘기가 왔을 때 주위에 많은 분들이 계셨고, 또 그 분이 저를 케어해 주셔서 조심했고 또 되게 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아요"

영화 '새드 무비'에서 나왔던 어린 여진구를 기억하는데 그게 벌써 8년 전이다. 여진구는 "그때가 9살이었으니 데뷔한 지 8년, 연기를 시작한 지는 9년"이라고 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영화 배우'로 산 셈이다. 놀라는 표정을 짓자 "사실 얼굴은 이미 중견 배우"라고 자학(?)을 하더니 싱긋 웃는다.

학교에서는 학생 여진구로, 촬영장에서는 배우 여진구로. 끊임없이 양 쪽을 오가며 일정을 소화하는 게 성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여진구는 "힘들지 않다"고 쉽게 답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저를 너무 많이 배려해주셔서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 친구들이나 선생님께서 정말 너무나도 배려를 많이 해주세요. 학교 성적은… 고등학교 와서 그냥 망했어요(웃음). 나락으로 떨어졌어요(웃음). 그래도 중학교 때는 어느 정도 벼락치기가 가능했는데, 고등학생 되니까 아예 못하겠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고…"

"학교에서 정말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이자 여진구는 "남고입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호탕하게 웃는다.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었지만, 자신은 남학교가 훨씬 재밌단다. 의심의 눈초리로 "진짜냐"고 재차 묻자 "왜 안 믿으시는 거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입시생 스타들에게는 늘 "어느 대학을 가고 싶냐"는 질문이 따라다닌다. 여진구 역시 이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아직 가고 싶은 대학은 못 정했어요. 과는 어느 정도 생각은 있어요. 연기 전공을 하고 싶지는 않고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배우고 싶어요. 심리학 같은…. 근데 학교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답답한 소리 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냥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지 왜 힘들게 그러냐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대학 이야기를 하는 여진구에게 "이제 고1이니 생각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화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아빠'들. 김윤석, 조진웅, 김현성, 박해준, 김성균에 대한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

"혹시 조진웅 아빠와 이성 상담을 하냐"고 물었다. 단박에 "아뇨. 아뇨. 안 해요"라는 대답이 되돌아와서 웃음이 터졌다. 

"자꾸 일방적으로 이성 상담을 하시려고 해요(웃음). 저는 그렇게 막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솔직히. 그런데 자꾸 '난 괜찮아. 말해봐' 이러시는 거예요. 진짜 없는데"

이성 상담만은 피하고 싶은 여진구지만 선배님들이 가끔은 진짜 아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선배님들 만났을 때 '진구 요즘 뭐하니' 이렇게 물어보시면 저도 모르게 다 말하게 돼요. '이제 중간고사 끝나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거예요' 이렇게요. 진짜 아빠처럼 느껴지는 거 같아요. 신기해요"

다섯 명의 '아빠들' 중에서도 가장 '반전 매력'의 소유자로는 단연 김윤석을 꼽았다. 딸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다정한 아빠 김윤석이 여진구를 놀라게 한 것 같다.

"김윤석 선배님이 생각보다 굉장히 자상하세요(강조). 그리고 '딸바보'셔서 신기했던 거 같아요. 딸에 대해 이야기 하실 때면 한없이 해맑아지시면서, 목소리 톤도 높이 올라가요. 딸과 전화 통화하실 때도 엄청 밝아지세요"

촬영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화기애애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주연 배우 중 남자 배우만 여섯 명. 그것도 산 속에서 4~5개월을 촬영했으니 우중충했을 느낌이 든다. 여진구 역시 "솔직히 침묵이 있을 때도 있었다"며 간증을 해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그럴 땐 우리 다 웃겨서 막 웃어요. 그러다가도 지은 누나랑 지현 누나가 촬영하러 오시면 아빠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신데 괜히 저한테 '너 아빠들이랑 있을 때랑 표정이 다르다?'고 하세요"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장면이다. 기자가 "본인들이 더 좋으시면서?"라고 추임새를 넣자 여진구는 커진 눈으로 우렁차게 "네" 라고 답한다. 그러다가도 "그러나 저는 재미있었습니다"라고 수습에 나서 다시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김윤석을 비롯한 여진구의 '아빠들'은 요즘 어딜 가나 여진구 칭찬에 입이 마른다. 이에 여진구는 17살의 소년답게 "감사하면서도 오글거린다"고 격한 칭찬을 못 견뎌 했다.

"칭찬해주실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잘했다' 정도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다' 라고 할 텐데 너무 큰 칭찬을 해주셔서요" 



혹시 평상시에는 칭찬을 안 해주시는 것 아니냐, 기자들 앞에서만 극찬하시는 거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여진구는 너무나 솔직하게도 "네"라고 답한다. 

"평소에도 아주 잘해주시죠. 근데 칭찬보다는 장난을 많이 치고,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기자분들이 계시면 '우리 진구' 라고 말씀하시니까 저는 '아빠들이 왜 이러시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폭소)" 

그러면서도 아빠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게 불과 작년이다. 팬들의 숫자도 훨씬 많아졌고 캐스팅 제안도 늘어났다. 여진구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을 한다. 

"음 뭐가 있을까요…" 고민하는 여진구에 "목소리?"라고 도움을 줬다. 변성기를 지난 그의 목소리는 누나 팬들이 가장 매력 포인트로 꼽는 부분이자 안정적인 연기 톤에 도움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변성기가 거의 끝났어요. 변성기가 끝나고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웃음). 사실 연기할 때는 장점이 있는 것 같은데 평상시에는 솔직히 불편해요. 연기할 때야 주변이 조용하니까 전달력이 있는데, 평상시에는 주변 소음도 있으니까 목소리가 가라앉아서 많은 분이 '뭐라고요?' 하고 되물을 때가 많습니다"

롤모델이 누구냐고 묻자 "하정우 선배님, 이병헌 선배님 그리고 아빠들"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러면 10년 후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다시 물으니 "유명하거나 잘생긴 배우가 되는 데는 흥미 없다"는 성숙한 답변이 돌아온다.

"앞으로 제 연기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저 배우는 진짜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많은 경험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타이밍에서. 김윤석 '아빠'가 "'화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 여진구와 국토대장정을 떠나겠다"고 공약을 했다고 하자 여진구가 엄청나게 큰 웃음을 터트린다. 쉴새 없이 웃더니 이내 "솔직히 천만에 국토대장정은 무리인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그가 '국토대장정'이라는 명제를 치환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천만'이 무리란다. "천만은 무리고, 저는 700만" 몇 번이나 다시 물었는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체력은 문제없어요. 제가 워낙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요"라고 확답을 한다.

주위에 있던 스태프들까지 여진구의 엄청난 선언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역시 "나도 계속 지켜봐야겠다. 어떡하지"하고 잠깐 고민을 하더니 "그냥 700만 관객 돌파하면 국토대장정 할게요"라고 호쾌하게 확언했다.

"국토대장정이 될 수도 있고(웃음). 연기라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설적인 면이 있지만, 현실성도 있잖아요. 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도 최대한 해보고 싶고요. 현실성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거기서 얻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날 인터뷰 내내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여진구는 급기야 "지금의 생각이고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나중에 해병대를 가고 싶다. 현재는 그렇다"며 폭탄선언을 하기까지 했다. 

"아직 '어리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나쁘지 않아요. 진짜 어리니까요.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밝게 웃던 여진구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계속 찾아뵙겠다"며 인사를 남겼다.

소년과 남자의 경계 사이에서. 마음도, 몸도 너무나 건강한 배우 여진구. 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바른 배우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여진구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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