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2008년 창단 후 5년 만에 첫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넥센 히어로즈의 뒤에는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자리하고 있다.
넥센은 지난 28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넥센이 올해 맞은 몇 차례의 고비에도 큰 기복 없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4강까지 오를 수 있게 된 데는 한 시즌 동안 부상으로 전력에서 크게 이탈한 선수들이 없었던 이유가 컸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을 관리하는 이 코치의 노력이 있었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전 중인 김민성과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손승락 등 체력 관리에 관한 얘기가 오고 갈 때면 선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고마움을 표하는 이가 바로 이 코치다. 염경엽 감독 역시 "올해 목표가 '부상 없이 가자'는 것이었는데, 이 코치가 선수들을 잘 관리해주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 코치 "선수들, '언제, 왜'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성과"
이 코치는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선수들한테 어떻게 체력관리를 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잘 먹고 잘 쉰다'고 답하지 않나. 부상이 없었다는 것은 선수들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정말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 코치가 말한 부상의 원인은 간단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부상이 온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선수들이 '적절한 휴식'이 왜 중요한지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고, 효과를 느끼도록 하는 게 이 코치의 역할이었다. 이 코치 역시 바다 건너 미국까지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하는 등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를 전해 선수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휴식을 통한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우쳐 가는 선수들의 모습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을 따로 알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금요일에 웨이트가 있으면 그 전날인 목요일에 '내일 웨이트가 있다'고 얘기해줬지만, 지금은 칠판에 스케줄만 써 놓는다. 이후에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이 코치가 '나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같이 해줘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듯이, 선수들이 운동을 한 번 할 때도 '언제, 왜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것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트레이닝 코치로서의 소원?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올 시즌을 맞으면서 이 코치는 '부상 때문에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지는 일이 없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느 정도 원했던 목표를 달성했지만, 지난 6월 주전 2루수 서건창이 발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두 달 간 엔트리에서 빠진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 코치 개인에게는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넥센은 1일 현재 정규시즌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4강은 확정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종 순위를 가름할 수 없어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해야 한다. 선수들이 끝까지 다치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것이 이 코치의 생각이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 주는데, 지금까지 부상도 크게 없었고 야구까지 잘 해주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거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함께 일하는 이건우, 고정환 트레이너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스케줄을 짠다든지 정신적으로 머리를 쓰면 된다지만, 실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저들이 다 하는 것이다"라면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넥센 트레이닝 코치'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 코치는 "1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다. 아무도 아프지 않으면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이지풍 코치 ⓒ 넥센 히어로즈 구단 제공]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