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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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마케팅 전쟁, 어떻게 돼가나?

기사입력 2006.07.03 09:03 / 기사수정 2006.07.03 09:03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 뉴스=손병하 기자]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어느덧 4강에 오른 나라들이 모두 결정되면서 월드컵은 이제 마지막 드라마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치열했던 1라운드 경기와 이후의 토너먼트 경기들도 흥미있었지만, 이제 남은 4경기는 월드컵 역사에 남을 순위를 결정하는 경기들인 만큼,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흥미로운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에서 경기를 보는 재미야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또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월드컵 특수를 노리는 기업들의 사활을 건 마케팅 전쟁이다.


▲ 팬 페스트에 있는 멀티비전을 빼곡히 채운 FIFA의 공식 후원사의 로고들 


◆FIFA를 등에 업은 친구들의 완승


당초 이번 월드컵에서 나이키나 소니 혹은 삼성 같은 FIFA의 공식 파트너가 되지 못한 기업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예상되었었다. 특히 나이키의 경우 FIFA와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아디다스를 잡기 위해, 그동안 짭짤한 재미를 보았던 앰부시 마케팅(규제를 피하여 하는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었다.

실제로 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런 앰부시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 나이키로서는 굳이 FIFA가 협력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힘으로 업계 1위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상황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엠부시 마케팅에 철퇴를 내리겠다던 FIFA의 단호한 태도에 빈틈을 찾지 못한 나이키는 구매자인 팬들에게 다가설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가 계속 TV를 점령하고 있으며, 팬 페스트(월드컵 공식 거리 응원 장소)에서도 커다란 상점을 몇 개씩 차려놓고 기본적인 상품 판매는 물론이고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가파른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28일에는 허버트 하이너 아디다스 그룹 CEO가 월드컵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아디다스는 월드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월드컵의 승자”라는 말로 월드컵에 대한 축구와 사업 목표를 달성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약 12억 유로 매출을 기록해 2005년 대비 30% 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또, 올해 1/4분기 시장 점유율에서는 37%의 유럽시장 점유율 46%의 미국시장 점유율 그리고 51%의 독일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경쟁사인 나이키를 압도했다.


▲ 독일 내 모든 팬 페스트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홍보 부스 

현대 자동차의 광고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고위층의 복잡한 문제들로 인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이번 프로젝트에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편이다.

현대 자동차는 12개 도시에 있는 팬 페스트에 모두 홍보관과 축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축구팬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홍보관에는 그랜져 TG와 뉴 산타페 등 신형 모델을 전시해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각종 축구 관련 이벤트로 자사의 브랜드를 한번이라도 더 경험할 수 있도록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팬 페스트를 비롯해 경기장 등에서는 오직 코카콜라의 음료와 맥도널드의 햄버거만이 판매되고 있으며, 팬 페스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멀티 비전은 모두 필립스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FIFA가 자신들의 친구인 공식 파트너와 후원사에 최고의 대우를 해줌은 물론이고 그들이 최상의 마케팅과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이른바 ‘돈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울상이 되어버린 FIFA와 친하지 않은 기업들

반면, FIFA와 후원 계약을 하지 못한 기업들은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앰부시 마케팅에 철퇴를 내리겠다던 FIFA의 엄포를 무서워하기도 전에, 그들이 진입할 진입로가 이미 철저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월드컵에서 팬 페스트라고 하는 새로운 월드컵 공간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공간으로 모이게 되었고, 월드컵과 상관없는 장소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허탈함에 빠지고 말았다. 뭘 해보고 싶어도 우선 마케팅의 대상인 소비자들의 발길이 없다는 것이다.

LG는 FIFA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지는 못했지만, 독일 축구협회와 손을 잡고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비롯한 독일 곳곳에 수많은 LCD TV를 제공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리는 곳에는 필립스의 멀티비전이 자리 잡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나이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월드컵에서 앰부시 마케팅으로 혁혁한 전과를 세우며 ‘역시 나이키다’라는 찬사를 들었었지만,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나이키는 이번에도 앰부시 마케팅으로 재미를 볼 계획이었지만, 팬 페스트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와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을 겨냥한 나이키가 마케팅 작전을 펼치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아디다스가 기다리고 있는 팬 페스트 안으로 모두 들어가 버려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사람이 없다 보니 제아무리 마케팅의 고수인 나이키라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

앰부시 마케팅에 철저한 규제를 통해 공식 후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FIFA의 강력한 의지가 현실로 반영되면서, FIFA와 손을 잡은 기업들은 미소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 베를린에 위치한 아디다스의 '월드 오브 풋볼(월드컵과 축구, 그리고 아디다스의 체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는 점점 진화하는 여러 가지 매복 마케팅을 차단하기 위한 한 단계 위의 새로운 규제 방법들이 동원되면서, 더 이상 앰부시 마케팅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 수도인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나이키나 삼성 같은 기업들의 마케팅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월드컵,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FIFA와 손을 잡지 못한 기업들의 대역전 드라마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인 마케팅 싸움은 이미 승패가 갈린 듯하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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