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예상대로였다. 협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감독을 조롱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징계가 아닌 엄중 경고로 일단락했다.
축구협회는 10일 오전 본회 부회장단과 분과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한 임원 회의에서 기성용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축구협회는 논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SNS를 통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 건과 관련해 국가대표 선수의 관리와 관련된 본회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겸허히 사과 드린다"며 "물의를 일으킨 기성용은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혀 왔으며 국가대표팀에 대한 공헌과 그 업적을 고려하여 협회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한다"고 밝혔다.
경고가 얼마나 엄중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다수의 팬은 축구협회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한 사과문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몰라도 닷새 만에 SNS에 손을 또 댄 모습을 보자면 사죄의 진심도 의심스럽다.
이번 결정으로 축구협회는 스스로 재발의 가능성을 높였다. 다음에 또 대표팀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을 때 징계할 명분을 잃었다. '잘못은 했지만 과거 공헌이 있어서 참작한다'는 뉘앙스가 문제다. 재발 위험이 다분한 사건이기에 확실한 선례가 필요했던 이유다.
그렇다면 비슷한 사건에 외국의 처분은 어떨까. 멀리 갈 것 없이 이탈리아에서 기성용의 경우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코파 이탈리아 결승전을 앞뒀던 AS로마의 파블로 오스발도는 선발 출전하지 못하자 경기 후 무단으로 시상식에 불참하더니 방송과 트위터를 통해 안드레아 졸리 감독을 모욕했다.
주어가 빠졌던 기성용 사건과 달리 오스발도는 직접적으로 모욕을 한 차이는 있지만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즉각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명단에서 오스발도를 제외했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2012년부터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하던 오스발도를 그대로 내쳤다. 더불어 로마도 오스발도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올 여름 타 팀 이적을 모색 중이다.
스위스의 선택도 거침없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과 경기를 마치고 미셸 모르가넬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인을 모욕한 글을 썼다가 대회를 마치기도 전에 퇴출된 바 있다.
제아무리 실력과 명성이 있는 선수라도 유럽은 가차없이 징계를 내렸다. 외국의 사례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협회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무징계 발표보다 더 강단 있는 선택임에는 분명하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기성용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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