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백번 이길 수 있다는 진리. 축구대표팀의 새 수장이 된 홍명보 감독은 이러한 진리를 따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2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그리는 청사진을 밝혔다. 가까이는 동아시아연맹컵을 시작으로 내년 브라질월드컵과 이후의 아시안컵까지의 구상과 계획, 포부 등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미 한국 축구의 특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약점부터 강점까지 자신이 보는 한국 축구에 대해 서슴치 않고 논평했다. 자신감이 담긴 표현의 일부였다. 문제점을 파악해 대표팀을 재정비해 나가겠단 의지가 깔려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보는 약점은 공격에 있었다. 수비에 대해선 강점이란 견해를 보였다. 수비는 향후 행보에 따라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공을 굉장히 잘 뺏는다. 반대로 공을 잘 뺏긴다. 우리는 그 사이 시간을 최대한 늘려아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수비조직력으로 경기를 하면서 공격시엔 최대한 공을 넘겨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즉 수비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비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공격기회도 찾겠다는 구상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재료가 필요하듯 홍명보 감독은 그에 따른 기량 향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격을 마치 수비처럼 하고 그에 걸맞는 움직임과 개인기량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직적인 면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난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쉽게 뚫리지 않는 수비조직력을 만들겠다"며 대표팀 운영의 초점을 확실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날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서 화두가 됐던 것은 '한국형 축구'였다. 홍명보 감독은 출사표로 "한국형 전술로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겠다"는 말을 남기면서 한국형 축구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진 가운데 수비 기반의 점유율축구가 그 큰 맥락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은 '+α'를 보탰다. 한국 선수들 특유의 근성을 가미, 적극 활용하겠단 뜻도 내비쳤다.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 그 세가지만으로도 우리의 전술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홍명보 감독 (C) 엑스포츠뉴스=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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