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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차범근과 손흥민, 스토리가 스토리를 만든다

기사입력 2013.06.14 13:30 / 기사수정 2013.06.14 21:04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조용운 기자] 2006 독일월드컵 본선에 참가했던 한국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1차전 토고를 상대하기 전 최종 담금질을 했던 곳이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아레나다. 적어도 2006년 6월 그 때, 독일의 작은 도시 레버쿠젠은 작게나마 한국 붐이 일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필두로 한국축구대표팀이 입성하자 인근의 쾰른, 본, 뒤셀도르프 등에서 교민과 유학생, 또 적지않은 현지 팬 1,00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붉은 티셔츠에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표팀을 맞이했다.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이었다. 레버쿠젠의 '레전드' 차범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기도 했다. 라디오 베아르트 현지 방송사 축구기자는 당시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다. 아마도 차붐(차범근)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차범근은 한국축구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1972년 만 19살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으며 은퇴할 때까지 A매치 121경기에 출전해 55골을 터뜨렸다. 또 1978년 당시 서독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한국선수 1호로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독일에서는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기록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차범근의 기록을 뛰어넘은 외국인선수는 에우베르(브라질, 133골) 슈테판 사퓌자(스위스, 106골) 단 2명 뿐이었다. 차범근과 동시대에 선수 생활을 보냈던 한 축구인은 "1970년대 차범근을 따라올 국내 선수는 사실상 없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허정무와의 라이벌 관계가 회자되기는 하지만, 이들의 라이벌 의식은 앞서간 한 명을 따라잡겠다는 또 다른 한 명의 강한 집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대표 오쿠데라 야스히코의 분데스리가 진출이 유럽행의 자극제가 됐으며 군 문제 때문에 계약이 파기되고 등록이 취소되는 해프닝까지 겪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차범근은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레버쿠젠에 입성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10년 동안 6시즌에 걸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프랑크푸르트(1979-80시즌)와 레버쿠젠(1987-88시즌)에 선사했다. 레버쿠젠 시절이 가장 '진국'이었다. 1989년까지 6년 간 레버쿠젠에서 뛰었으며 185경기 52골의 기록을 남겼다. 1985-86시즌 17골로 득점 순위 4위에 올랐으며 레버쿠젠의 UEFA컵 우승에는 에스파뇰전 극적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우승컵은 레버쿠젠 역사상 유일한 클럽대항전 트로피다. 레버쿠젠은 UEFA컵 우승 25주년 기념행사에 차범근을 초대하며 그를 클럽 '레전드'로 대우하고 있다.



당시 분데스리가와 UEFA컵 위상, 또 차범근의 기여도와 관련해 국내 팬들이 큰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5시즌의 평가 지수 합산 방식으로 집계하는 UEFA 리그 순위 1위가 현재는 프리메라리가인 것처럼 1970년대 중반 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분데스리가가 순위표의 맨 꼭대기에 있었다. 'UEFA 리그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리그 내 중상위권 클럽들의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선수 시절 차범근은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강력한 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위원은 "챔피언스리그 탈락팀이 UEFA컵(현 유로파리그)에 가세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의 UEFA컵은 나름대로 권위를 갖고 있었다. 각 리그 챔피언과 컵대회 우승팀을 제외한 수많은 강호들에게 문호가 열려있는 대회가 UEFA컵이었다"고 덧붙였다.

차범근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레버쿠젠이 2013년 6월 13일 손흥민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5년으로 알려졌으며 이적료는 1천만유로(약 151억 원)로 추정된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2골을 넣으며 수많은 클럽의 관심을 받았던 손흥민은 안드레 쉬를레가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이적하면서 주전 경쟁이 수월해진 레버쿠젠을 행선지로 확정했다.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을 3위로 마치며 다가오는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돼 손흥민도 꿈의 무대를 누비게 됐다. 루디 푈러 레버쿠젠 단장은 "손흥민은 레버쿠젠을 젊고 강하게 만들 선수다. 빠르고 저돌적이며 기술도 좋다. 분데스리가 우승과 DFB포칼, 챔피언스리그에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선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3년 레버쿠젠과 손흥민의 궁합에 대한 관심이 높다. 팀 전술 면에 있어서 손흥민에겐 최적지라는 의견이 많다. 사미 히피아가 지휘봉을 잡은 레버쿠젠은 '젊은 팀'의 이미지가 강하다. 공격형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패기 넘치고 다이나믹한 공격을 구사한다. 이러한 팀 특성이 손흥민의 특징과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최전방, 날개, 중앙을 가리지 않는 손흥민에 대해 히피아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눈길이 쏠린다. 레버쿠젠 '레전드' 차범근은 평소 손흥민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을까. 그는 "손흥민은 직선 뿐 아니라 좌우로도 유연하게 꺾어 들어간다. 한두 가지 동작만이 아닌, 다양한 기술과 움직임을 갖춘 선수다. 손흥민을 볼 때마다 선수 시절 나를 보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스토리'가 시작됐다.



▲지난 달 18일 함부르크와 격돌했던 레버쿠젠(오른쪽) 베스트11. 당시 함부르크의 원톱으로 출장했던 손흥민은 레버쿠젠으로 이적, 쉬얼레(등번호 9번)의 자리에서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사커웨이 제공)

김덕중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손흥민과 차범근 ⓒ 게티이미지 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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