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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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없는 한국=네드베드 없는 체코' 두려워지는 평행이론

기사입력 2013.06.07 14:58 / 기사수정 2013.06.07 16:46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우린 대중문화에서 '심장'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주로 남녀간 연애관계에 있어 심장은 좋은 표현으로 통한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는 연인에 대한 첫인상을 '심장이 멎었다'고 하는가하면 어느 노래 제목은 '심장이 없어'라며 이별의 애잔함을 담는다.

요즘의 한국축구는 심장을 잃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구심점이 없다'는 평가들도 심장 상실과 다를 바 없는 뜻이다. 분명 지난 레바논 원정에 대한 실망감만으로 나온 얘기기들은 아닌 듯하다. 2011 아시안컵 이후 심각한 상실감 속에 한국축구의 새로운 심장을 찾아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 중심엔 박지성의 은퇴가 있다. 지난 2011년 아시안컵 종료 후 박지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축구로선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대표팀의 핵이었던 박지성에 대한 공백을 메우고 새 시대를 열어갈 과제를 안았다.

최근 행보가 만족스럽지 않다.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는 대표팀의 경기력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키우고 있다. 이는 무서우리만큼 최근 체코 대표팀과 닮았다. 파벨 네드베드 은퇴 이후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체코의 전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지성 없는 한국=네드베드 없는 체코' 성립?

요즘의 한국은 2006년 이후의 체코와 닮았다. 많은 부분에서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우선 나란히 심장을 잃었다. 한국은 2011년 박지성이 은퇴를 선언했고 체코는 2006년 네드베드가 은퇴를 공식화하며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체코의 경우 네드베드와의 작별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6년 유로96에서 준우승으로 파란을 일으킨 것을 비롯해 유로2004에서 4강 진출이란 대업을 이뤘던, 옛날의 영광은 이제 없다. 화려한 전성기는 모두 네드베드와 함께 했던 체코엿다.

그도 그럴 것이 전력상 네드베드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측면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 공격에 원동력이 됐던 네드베드의 대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06년엔 급기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네드베드에 SOS를 청했다.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린 플레이오프 2경기를 앞두고 네드베드가 은퇴를 번복하며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당시 체코는 네드베드의 매직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1-0 승리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독립된 이후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이란 감격을 누렸다. 이후 본선 조별리그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체코는 또 한번 네드베드를 떠나 보내야 했다.

네드베드가 떠난 이후 체코는 기대감 속에 유로2008 대회에 나섰다. 얀 쿨러, 밀란 바로시를 비롯해 토마시 로시츠키 등의 베테랑에 시온코 등 신예들이 조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심장의 공백을 절감하며 8강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부각된 문제는 지지부진한 세대교체였다. 신예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세대교체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본선행과 거리가 멀어진 체코는 노장에 가까워진 로시츠키 없이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지난 유로2012에선 페트르 이라첵 등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로시츠키의 부상 공백 속에 특유의 창의성 높은 축구의 색깔을 잃고 8강에 머물렀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필요해

한국 역시 박지성 은퇴 이후 다양한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며 '황금세대'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지난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청소년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멤버들의 성장세는 새 시대 맞이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 상황은 기대와 어긋났다. 최근 대표팀의 모습은 체코의 전례를 답습하는 분위기다. 우리만의 색깔과 개성 없는 축구로 실망감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테오 부커 레바논 감독의 지적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색론' 탈피가 가장 중요하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2002 세대는 이제 없다. 과도기가 도래한 지금, 한국축구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현대축구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개성이 중시되는 최근의 추세 속에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그 색깔에 대해선 귀천이 없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변의 많은 사례들도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이웃나라 일본 등은 티키타카 축구를 기본으로 여러가지 모습을 선보인다. 덴마크와 호주 등은 견고한 수비축구를 하거나, 신장을 활용한 선 굵은 축구로 세계 무대에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한국 대표팀은 중대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을 갖는다. 브라질행 티켓 획득에 중대한 고비가 될 이날 과연 최강희호가 승리는 물론, 새 희망까지 제시해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네드베드와 박지성 (C) 토털풋볼메드네스, 엑스포츠뉴스]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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