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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56일' 이브랜드 "韓 선수들, ML서도 성공 가능"

기사입력 2013.05.27 02:48 / 기사수정 2013.05.27 11:48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ML)에서도 성공 가능하다. 그만큼 한국 리그는 어렵다."

11경기 만에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완벽투를 선보였다. 지난 부진을 돌아볼 필요도 없다. 딱 전날(26일)만큼만 던진다면 리그를 호령할 선발투수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 얘기다.

이브랜드는 전날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24구를 던지며 5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 무결점투로 감격스러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자신의 최다 이닝(종전 7⅓이닝), 탈삼진(6개), 투구수(119개)를 모두 새롭게 썼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종전 7.07에서 5.94로 끌어내렸다. 첫 등판(3월 31일)부터 첫 승까지 56일이 걸렸다. 이날 이브랜드를 연호하는 홈팬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대전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기대된다"던 그의 바람도 이뤄졌다. 그만큼 많은 의미를 남긴 이브랜드의 첫 승이다.

첫 승을 거둔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환상적이다(Fantastic)"며 기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첫 승까지 너무 오래 걸려 팬들과 팀에 미안했다. 뒤에서 지원해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 고비였던 8회초 2사 1루 상황에 대해서도 "팔에 피곤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고 이닝을 마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승을 향한 그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전까지 이브랜드의 성적은 10경기(9 선발)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은 7.07에 달했다. 5월 평균자책점은 8.68로 이전보다 더 부진했고, 피안타율도 3할 2푼 9리였다. "어떤 카운트에서도 원하는 코스로 던질 수 있는 게 내 최대 장점"이라던 그의 말은 허언에 불과했다. 냉정히 말해 보여준 게 없었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빗맞은 안타도 많았지만 스스로 넘어서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한국 리그는 그에게 어려웠다. 2008년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서 풀타임 선발로 뛰며 9승을 거뒀던 그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국내 무대에 발을 들인 외국인선수 가운데 '탑 클래스' 수준이다. 그런 이브랜드도 초반 10경기에서 난타당하며 곤욕을 치렀다.

이브랜드는 이날 경기 후 "한국에서 뛰는 많은 선수들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한국 리그는 쉽지 않다(tough)"며 "한국 리그는 매우 어려운 리그다. 타자들도 똑똑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무대에는 외국인 타자가 없다. 이브랜드는 순전히 토종 선수들에게 당했다.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를 내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한국 타자들을 어려워했던 것이다. 게다가 위기 상황에서 빗맞은 안타로 실점하다 보니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은 달랐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날 이브랜드의 투구수 124개 가운데 슬라이더가 51개로 가장 많았다. 한층 예리해진 그의 슬라이더에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2회 2사 만루 위기를 맞긴 했지만 내야 뜬공으로 잘 넘어갔다. 이후에는 큰 위기 없이 완벽투를 이어갔다. 그는 "체인지업으로 아웃카운트를 많이 잡았고,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며 "코너워크도 잘됐다. 슬라이더를 가운데로 강하게 던진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이브랜드와 호흡을 맞춘 포수 박노민은 "최근 던진 슬라이더 중에 오늘이 가장 좋았다. 이전보다 훨씬 좋았다"며 "결정구로 사용할 때는 슬라이더를 좀 더 힘있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박노민은 이날 적시타에 도루 저지에도 성공하며 이브랜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첫 승의 숨은 조력자였다.

이브랜드는 지난 2월 일본 스프링캠프서 가진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어떤 카운트에서도 내 공을 던질 수 있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최대 장점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만약 부진이 계속됐다면 그의 자신감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호투로 가치를 입증한 이브랜드다. 한국까지 날아와 힘을 북돋아준 가족에게도 잊지 못할 선물을 했다.


단순히 한 경기 잘 던졌다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코너워크, 위기관리 능력, 결정구의 위력도 만족스러웠다. 스스로도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56일 동안 어려움을 겪던 이브랜드가 한국 타자들을 공략할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데뷔 첫 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대나 이브랜드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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