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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WKBL '연봉퀸' 김단비의 수사불패(雖死不敗)

기사입력 2013.05.17 15:10 / 기사수정 2013.05.18 11:21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안산, 홍성욱 기자] 안산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 이후 6년 연속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독식해온 무적함대였다. 이는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사에 유례가 없던 일이다. 언젠가부터 신한은행의 우승은 당연시 됐다. 지난 시즌도 ‘우승은 신한이 하겠지’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신한은행은 정규시즌에서 24승11패로 우리은행과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전적에서 3승4패로 밀리며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 1승2패로 무릎을 꿇었다. 무관의 제왕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과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랬지만 한편으론 홀가분함도 내비쳤다. 그만큼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란 힘든 일이었다.

신한은행은 6년 만에 다시 도입된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처음 계획은 타메라 영을 영입해 하은주와 더블포스트를 꾸리려했지만 타메라가 어깨수술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결국 캐서린 크라예펠트로 급선회했고, 이 선수가 다른 팀 용병과 매치업에서 밀리면서 KDB생명과 3:3 트레이드의 도화선이 됐다.

임달식 감독은 트레이드를 성공적이라 자평했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임 감독은 “조은주와 곽주영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선수들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이 필요했던 신한은행에 수혈된 노력형 선수들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신한은행의 고잔동 훈련장 벽면에는 지난해까지 없던 ‘수사불패’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죽을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우승을 내준 임달식 감독이 얼마나 독한 마음을 먹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임 감독은 “우리만 항상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팀에 변화가 온 만큼, 다시 미래를 보며 뛴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팀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 원하는 걸 빨리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신한은행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임 감독은 미소를 보였다.

이제 신한은행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페이스는 좋다. 연봉계약도 5월 4일에 서둘러 마쳤고, 몸 만들기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6월 초순에 2주간 국내에서 1차 체력훈련을 마치면 7월과 9월에는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펼치며 전술 극대화에 나선다. 선수들의 표정에선 자신감을 뛰어넘어 여유마저 읽혔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느껴졌다.



신한은행의 포워드 김단비는 지난 달 막을 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제 겨우 우리나이로 스물넷인 그는 모든 팀들이 영입 1순위로 꼽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원소속 구단과 줄다리기 끝에 계약기간 3년에 합의한 김단비는 현행 셀러리캡(12억원)의 상한선(25%)인 3억원에 사인하며 '연봉퀸'에 등극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 김단비를 안산 고잔동 신한은행 훈련장에서 만났다.


- 연봉퀸이다. 리그 최초로 연봉 3억원 시대를 열었다.
여자농구 최초로 3억원을 받는다는 말 한마디가 내게는 부담이다. 계약 전후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 계기였다. 기쁨보다는 부담이 크다.

- FA는 일생에 한 두 번이지만 구단 선택권이 사실상 선수에게 없다.
다른 종목도 그런 것 같다. FA지만 선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규정에 대해서는 선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물론 구단 입장도 이해는 간다.

- 입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하지 못하고 비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우승을 계속하면서 말은 안했지만 최고참 언니부터 막내까지 부담이 엄청 컸었다. 사람들은 우승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언젠가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끝이 났다.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하고 후회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속이 후련하다. 다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우리들도 못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재활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무릎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양쪽 무릎이 다 그렇지만 왼쪽이 더 심하다. 무릎부상에 대한 재활은 계속 해야 한다. 운동 유무와 상관없이 재활은 필요하다.

- 맨투맨 할 때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
변연하 언니와 박정은 언니, 그리고 임영희 언니가 힘들다. 제일 힘든 건 연하언니다. 연하언니를 맡으면 공격은 포기해야 된다(웃음). 그럴 정도도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언니가 움직임이 많고, 긴장까지 하면서 막다보니 두 배로 힘들다.

- 용병 둘이 들어온다. 어떤 선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나.
포스트업도 잘하고, 일대일 능력이 되는 용병이 왔으면 좋겠다. 리바운드도 잘했으면 좋겠다. 5번은 (하)은주언니가 있으니까 용병에서 파생되는 부분이 있다면 은주언니에게 찬스도 많이 나면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 뛴 캐칭도 기억에 남고,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뛴 티나 톰슨도 생각난다. 티나 언니 플레이는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 벌리고 봤었다. 같은 팀으로 뛴다면 좋을 것 같다. 워낙 노련미도 있고, 나이도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포워드 플레이에도 보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해봤다.

- 단짝처럼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나.
다른 팀 선수와는 별로 친하고 않고, 같은 팀에서는 (김)연주 언니와 가깝다. 입단 했을 때부터 연주언니가 많이 챙겨줬다. 이번에 계약과정에서 힘들 때도 연주언니가 많은 힘이 돼 줬다. 숙소는 1인1실이라 룸메이트는 아니지만 항상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 김지윤 코치가 부임했다. 변화가 느껴지는지.
김 코치님 오시고 분위기가 활기차졌다. 대화도 많아졌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이 정말 힘들어졌다. 하이퍼 익스텐션(허리 근력 강화운동) 때 모두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코치님이 가드 출신이라 그런지 시야가 넓다. 저쪽에서 다른 선수 지도하다가도 느슨하게 운동하고 있으면 ‘김단비 똑바로 해’라는 소리가 여지없이 날아온다.

- 농구를 하면서 많은 걸 이뤘고, 또 이뤄내고 있다.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이만큼 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단, 박정은 언니, 정선민 언니, 전주원 코치 같이 여자농구 하면 떠올려지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 롤모델은 누구인가.
박정은 언니 아니 코치님이다. 포지션이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정은 언니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코트를 누비면서도 ‘내가 어떻게 이 언니를 지금 막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뛰어다녔다.

- 돌아보면 프로에 와서 언제가 가장 큰 성장기였나.
대표팀에 처음 뽑혔던 2009~10 시즌이다. 나는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주변에서 대표팀에 다녀온 뒤 많이 늘었다는 얘기를 해줬다. 스포트라이트도 받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내 기량이) 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지난 시즌은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용병도 원인이었나.
사실 지난 시즌은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주특기인 드라이브인을 치기도 전에 ‘이 사람이 붙으면 저기에 패스해야지’ 혹은 ‘저 사람이 먼저 떨어지면 슛을 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잘하는 게 아닌 못하는 걸 하게 됐고, 신이 나지 않았다. 공격은 생각도 못하고 수비만 생각했던 것 같다.

용병도 원인이었다. 내가 잘하는 건 파고드는 건데 ‘너는 용병이 들어왔으니 할 수 없어’라는 자기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용병이 합류한 첫 경기에서 삼성의 앰버 해리스가 정말 잘했다. 그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용병에 대한 환상은 애슐리가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서서히 깨졌다.

- 돌아오는 시즌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잘 파고들려고 한다. 나의 장점인 아무생각 없이 그냥 파고들기를 할 작정이다. ‘무뇌’라고 해야 할까(웃음). 이번 시즌에 잃어버린 걸 다시 찾고 싶다. 그리고 다시 우승하고 싶다. 휴가 때 매번 받던 우승보너스가 없으니 돈이 좀 모자랐다(웃음).

- 수입에 대한 관리는 누가하나.
내가 직접 한다. 프로 입단 때부터 계속 그랬다. 엄마가 ‘잃어보는 것도 경험이고, 모으지 못하는 것도 경험’이라며 처음부터 맡기셨다. 엄마가 관리하는 선수도 많지만 우리 엄마는 좀 다르셨다. 직접 관리하면서 적금이나 펀드에 대해 공부하라고 하신다.

- 결혼 계획은 있나.
빨리 하고 싶다(웃음). 그렇지만 앞으로 3~4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엄마가 결혼을 빨리하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늦게 하라신다(웃음). 이전부터 결혼하면 은퇴해서 가정생활에 충실하고 싶었다. 서른 전에 MVP받고,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게 어디 쉽겠나(함박 웃음).

- 해외진출을 생각해봤나.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자농구는 몸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힘들다는 판단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잘하겠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김단비 ⓒ 안산,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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