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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논평 - 대한항공의 우승 원인과 문제점은?

기사입력 2007.10.08 17:47 / 기사수정 2007.10.08 17: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점점 진화되어가고 있는 젊은 날개들, 그들이 넘어서야 할 과제는?

지난 7일 열린 2007' KOVO컵 마산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는 구미 LIG 손해보험 그레이터스를 세트스코어 3-2(25-22, 23-25, 21-25, 25-17, 15-9)로 물리치고 2007 Kovo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9월 29일 KOVO컵 개막전이었던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던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스페인 출신의 특급용병 기예르모 팔라스카가 분전한 LIG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노장들의 투혼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삼성화재마저 물리치며 1라운드 4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린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처음으로 코보컵 결승에 안착한 뒤 결승에서 LIG를 재차 꺾으며 값진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언제나 우승을 놓고 다투는 팀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팀인 대한항공은 지난 2006'~2007' V-리그에서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리고 KOVO컵 결승전에 진출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강팀으로 진화했다.

고공비행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항상 파이팅을 외쳤으나 늘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지 못하고 추락했던 KAL기의 날개. 대한항공은 어느새 새롭게 탈바꿈하여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제트엔진으로 변모했다.

대한항공이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그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세 가지를 추려내 상승요인과 개선돼야 될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드래프트를 통해 얻은 유망주들이 프로 2~3년차를 맞아가며 기량이 무르익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조직력으로 완성되면서 대한항공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번 KOVO컵을 통해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레프트 신영수는 지난 V-리그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다양한 각을 이루는 공격루트와 스피드를 가미한 빠른 플레이가 향상되어 더욱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내 프로 선수 중 가장 높은 탄력을 자랑하는 김학민도 단조로웠던 지난 V-리그에 비해 훨씬 다양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인 선수는 대한항공의 아킬레스 건으로 여겨졌던 세터 김영래다. 김영래는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와 훈련을 병행했음에도 KOVO컵에서 더욱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구사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렇게 기존의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거듭나면서 실전을 치르고 경험을 쌓은 것이 KOVO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이루었다. 또한, 발전 가능성이 유망한 젊은 선수들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가며 적절하게 조련한 문용관 감독의 공로도 크게 작용하였다.

두 번째, 대한항공은 2006'~2007' V-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최종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현대캐피탈에게 최종전 티켓을 헌납했다. 문제점으로 세터 김영래의 경험 부족과 토스웍도 지적됐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한항공에는 두 명의 수비 귀신이 있다. 지금 부상으로 재활 중인 만능 플레이어 강동진과 세계적인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리베로 진을 분담하고 있는 최부식이 그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에 자신 있는 플레이어가 단지 이 두 명밖에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의 수비 역할이 다른 주전 선수들과 분립되어 있었던 시스템은 수비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팀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자리 잡아 플레이오프에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수비력의 미흡함으로 더욱 세밀하고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살리지 못한 것이 조직력의 와해로도 이어졌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루트를 구사했던 현대캐피탈에 비해 브라질 용병인 보비와 신영수의 단조로운 오픈 공격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항공.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상 중인 강동진의 자리에 상무에서 제대한 장광균이 가세한 것이 오히려 팀의 컬러에 새로운 강점을 가져왔다. 군 복무 중 더욱 향상된 수비력은 대한항공의 상승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최부식과 더불어 리베로가 두 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안정된 리시브와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디그를 보여준 장광균의 수비력은 팀플레이에 상승작용을 낳았다. 이전의 강팀들을 살펴보아도 수비력의 일취월장은 곧 위력적인 공격력을 한층 살려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왔지 않았던가.

마지막 세 번째는 공수의 조화가 균형 있게 맞춰지면서 비로소 팀 특유의 조직력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탄탄한 조직력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아무리 수비력이 좋아도 공격력이 시원치 않으면 그 완성도는 100% 발휘될 수 없다. 반대로 수비력이 없는 공격력만 가진 경우는 더욱 대업을 이루기가 힘들다. 이것이 바로 배구의 밑바탕인 조직력이다.

문용관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동안 훈련으로 다진 다양한 세트 플레이와 전술이 아직도 만족할 만큼 나타나지 않는 것이 만족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곧, 이제 대한항공이라는 팀이 공수의 조화를 다져서 완성의 단계로 가야 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력의 완성. 이는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이룩해야 될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히 선수 개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 공격의 미비함과 다양한 플레이를 펼치기엔 아직도 2% 부족한 김영래 세터의 토스웍, 그리고 순간적인 상황에서 대처하는 플레이의 미흡함은 아직 대한항공의 숙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2006'~2007' 시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보비. 그러나 다혈질의 성격을 지닌 그의 기량이 얼마나 팀플레이와 융화돼서 나타나느냐의 여부도 대한항공이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대한항공은 오랜 기간 동안 어두운 터널을 거쳐 온 기간이 길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번 KOVO컵 우승을 통해 눈부신 햇살을 접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과연 대한항공은 2007'~2008' V-리그에서도 고공비행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다가오는 V-리그를 기대하게 하는 또 하나의 흥밋거리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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