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인천, 이동현 기자] 인천 대한항공이 역대 최장 경기 시간(137분)을 기록하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구미 LIG를 물리치고 플레이오프 진출 커트라인인 3위 확보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28일 인천 시립 체육관에서 열린 힐스테이트 2006~2007 V 리그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1,2세트를 맥없이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세 세트를 내리 따내는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LIG를 세트 스코어 3-2(14-25 17-25 25-23 25-23 20-18)로 꺾었다.
LIG는 윈터스(34득점)와 이경수(26득점)의 확률 높은 공격을 앞세워 초반 기선을 잡았다. 반면 대한항공은 2세트까지 무려 15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자멸하는 듯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3세트를 25-23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고, 초반 맹위를 떨치던 LIG 공격수들은 세트가 거듭될 수록 타점이 급격히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22-22로 맞선 4세트 막판 보비(48점)가 3점을 연달아 책임지며 방신봉의 득점으로 한 점을 얻는 데 그친 LIG를 벼랑 끝으로 몰아 넣었다.
5세트 초반은 다시 LIG의 흐름이었지만 대한항공의 뚝심이 한 수 위였다. 8-11까지 뒤지며 위기에 몰린 대한항공은 강동진의 공격을 앞세워 점수차를 좁혔고, 길게 이어진 듀스 접전은 보비의 독무대였다.
세터 김영래는 공격의 거의 대부분을 보비에게 맡기며 신뢰를 표현했고, 보비는 그 믿음에 완벽히 보답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8-18로 팽팽히 맞선 급박한 상황에서 보비는 한 치의 오차 없이 두 번의 스파이크를 성공시켰고, LIG는 보비 쪽으로 토스되는 볼을 빤히 보면서도 막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편, LIG 윈터스는 후위공격 9개, 블로킹 4개, 서브 득점 3개를 기록하며 프로 통산 7호 트리플 크라운(개인 1호)을 기록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문용관 감독 "지옥에 갔다 온 기분"
극적인 승리를 거둔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은 경기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옥에 갔다 온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문 감독은 "오늘(28일) 경기를 반환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경기 초반에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에게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 결과를 물으며 관심을 보인 문 감독은 향후 리그 판도에 대해 "LIG를 물리치며 3위 확보에 여유가 생겼고, 상위권 팀들을 추격하는 발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기준이 명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심판 운영 미숙 또다시 도마에
배구에는 합의 판정 제도가 있다. 주심은 판정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 부심과 선심을 불러 모아 의견을 물은 뒤 최종 판결을 내린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공의 흐름을 주심 혼자 쫓아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제도다.
대한항공이 22-21로 앞선 3세트 후반. 보비의 오른쪽 공격에 대해 가까이 있던 선심은 기를 들어 아웃을 선언했고, 보비를 비롯한 대한항공 선수들은 네트를 흔들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이점세 주심은 합의 판정을 위해 심판원을 불렀고, 합의 결과 아웃이 맞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잠시 후 경기장 내 전광판 화면을 통해 리플레이를 확인한 이재선 부심이 주심에게 다가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고, 잠시 후 판정은 보비의 '공격 성공'으로 번복됐다.
LIG 신영철 감독은 양복 상의를 벗어 내동댕이치며 강하게 어필했고, 홍석민 주장은 합의 판정을 번복하는 경우가 어디있냐며 흥분한 어조로 따져 물었다.
느린 화면으로 볼 때 보비의 스파이크는 코트 안쪽에 떨어진 것이 맞다. 결과적으로 심판의 최종 판정은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5분 가까이 지연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경기 흐름은 단번에 깨졌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경기 운영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