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현정] "이 세상에 하나 밖에 둘도 없는 내 여인아 보고 또 보고 또 쳐다봐도 싫지 않은 내 사랑아~"
학창시절, 한 친구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불러주겠다고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니기 시작했다. 귀에 못 박히겠다고 친구를 타박했지만 필자도 노래가 맘에 들어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나훈아씨의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친구는 멋진 노래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둘은 커플이 됐고 필자는 멋진 가수 한 명을 알게 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나훈아씨 부인의 이혼소송 사유가 배우자 유기?
2008년부터 방송이나 무대에서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나훈아씨의 소식이 전해졌다. 신곡발표나 콘서트 소식인가? 내심 기대했지만 나씨의 부인이 제기한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나씨가 승소했다는 판결소식이었다.
지난 1983년 나훈아(본명 최홍기. 66)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들 교육문제로 1993년부터 미국에서 떨어져 지낸 나씨의 부인이 "나씨가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여러 번 저질렀고 3년이 넘도록 연락도 없이 생활비도 주지 않으면서 가족을 유기했다"며 2011년 8월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에 이어 이번엔 항소심도 이혼을 원치 않던 나훈아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인이 주장한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 즉, 나훈아씨가 부정행위를 한 것도, 가족을 부양하지 않고 유기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바람피웠다고 이혼하겠다는 사람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유기'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하겠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긴 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것이 유기에 해당하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 있는 가출도 유기일까?
민법 제840조 제2호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악의'가 있어야 한다. 가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집을 나온 경우는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평소에 이혼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남편이 너무 때려서 더 이상한 집에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집을 나오고 싶은데, 이런 경우도 제가 남편을 버리고 나간 게 되나요?" 대답은 "아니오"다. 일부러 남편에 대한 동거, 협조,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남편의 폭행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악의의 유기를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를 버리고 부부공동생활을 폐지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아내와 자녀들의 냉대가 극심해지자 남편이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뜻을 꺾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집을 나와 별거하고 가정불화가 악화된 기간에 생활비를 주지 않은 사례에서 악의의 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악의의 유기라면 위자료도 지급해야!
하지만 '악의'로 배우자를 유기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판례에 따르면 남편이 정신이상 증세가 있는 아내를 두고 가출하여 비구승이 된 것은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 또한, 아내가 정신박약자인 아들의 양육을 소홀히 하고 춤바람이 나서 3번이나 가출하였고, 남편이 이를 용서했는데도 다시 가재도구를 챙겨 가출한 경우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악의의 유기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배우자에게 위자료 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
나훈아씨 사건은 나씨의 부인이 상고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아직 진행형이다. 나씨와 나씨의 부인 모두 힘든 시간을 더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살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사랑'과 '이별'일 텐데 우리는 아직도 참 서툴다. 특히 이별의 하나인 이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여전히 경직 그 자체다.
이혼 당사자도, 주변의 시선도 너무 딱딱하고 불편하다. 나훈아씨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알게 돼…그런대로 살만 한 세상이라는 것을…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나훈아씨의 노래 '공(空)'의 일부다.
이혼의 아픔…주변의 차가운 시선… 모두 비워버리기는 힘들겠지만 조금이라도 비운다면 남은 인생은 행복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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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