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소설가 이외수(67)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멘토 중 한 명이다. 트위터 팔로워가 160만 명이 넘는 그는 소위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이라 불리며 소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사람 냄새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높낮이 없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평소 자신의 희망을 트위터를 통해 실천하고 있다. 또 사회 문제와 정치, 국제 등 여러 분야에서 소신있는 주장을 펴며 지지 세력도 다수 확보했다. '청춘 멘토' 이외수의 말 한마디에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했다. 가난하고 외로운 20대 시절을 이겨냈기에 그의 언행 하나하나는 더욱 뼈저리게 다가왔고 멘티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뻥 뚫리듯 그에게 환호했다.
이외수는 멘토 이전에 천생 예술가다. 1972년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등단한 그는 1975년 '세대'에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지인에게 계약금을 받고 소설 '칼'을 썼지만 돈 때문에 문학을 더럽혔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이후 집에 교도소 철문을 제작해 그곳에 스스로를 가뒀다. 이에 대해 그는 한 방송에서 "내 인생과 작품 세계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원래 나는 자유분방하지만 가혹하게 자신을 대했다"고 말했다. 8년 내내 철문을 걸고 나오지 않은 그는 소설 '벽오금학도'를 집필했고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이 됐다. 이후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로 이어지며 '소설가' 이외수는 독자들의 꾸준한 성원을 받았다.
옛말에 남자가 조심해야 할 세 가지 뿌리가 있다고 했다. 먼저 말조심하라는 뜻의 '혀뿌리', 다음이 만질 것과 안 만질 것을 가려야 한다는 뜻의 '손뿌리', 마지막이 '남근'이다. 이외수는 트위터 글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대신하며 하나의 권력이 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사로 떠올랐다. 또 평소 "예술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언제나 실험하고 연구해야 한다"며 사소한 사물도 새 생명으로 재창조했고 이를 빛나는 언어로 표현해 작품에 녹여냈다. 하지만 남은 한 가지를 주의하지 못한 탓에 최근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6일 이외수의 친자 인지 및 양육비 청구 소송과 관련한 첫 공판이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번 사건은 오모(56) 씨가 지난 2월 1일 이외수가 자신과의 사이에서 1987년 혼외아들로 태어난 아들 오모 군(26)에 대해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오군을 호적에 올려줄 것과 함께 밀린 양육비 2억원을 청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한 잡지에 따르면 이외수 부부는 1975년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판에서 이외수 측 대변인은 "8년간 매월 정기적으로 50만원 가량을 원고 측 은행계좌에 입금했다"며 "되도록 원만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보아 이외수도 스스로 혼외정사와 이에 따른 아들의 존재를 인정한 셈이다. 소설가의 '소설같은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지자 대체로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는 청빈한 이미지의 '멘토' 이외수였기에 파장은 더했다.
더 큰 논란은 공판이 끝난 뒤에 발생했다. 이외수는 트위터에 "재판은 여러분의 염려지덕으로 잘 끝났습니다. 이달 29일 마무리될 예정입니다"라며 "법정대리인만 참석. 4분 정도 걸렸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저쪽 변호사는 한마디도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소감을 올렸다. 쟁점이 된 '저쪽'이라는 단어 선택은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치 상대를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적'으로 돌려버린 듯한 '저쪽'이라는 단어 선택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이외수는 즉시 해당 글을 삭제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순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자칭타칭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멘토'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이외수는 '혼외정사'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지만 무엇보다 자식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강도 높은 쓴소리를 듣고 있다. 오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이씨 부부의 강요로 양육비 포기각서를 썼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들어 사람들은 이외수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졌다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녀사이의 애정 문제는 제3자가 섣불리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내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하나의 잣대로 왈가왈부, 가타부타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외수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서는 까닭 중 하나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실망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수가 지난달 29일 올린 트위터의 글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은 오씨가 양육비 청구 소송을 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이었다. 그는 "한 번의 실수는 얼마든지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거나 사과하지 않는 뻔뻔스러움. 쉽게 이해할 수도 없으며 쉽게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나 시도 때도 없이 예수님 경지에 이를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를 위선자로 칭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외수는 방송 초반 겉모습이 강호동보다 더욱 도사같고 숱한 괴벽의 소유자로 알려져 대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소탈한 허당의 면모를 보여주며 친밀감을 심어줬다. 이후 세대를 초월한 소통으로 트통령으로 발돋움하며 청춘의 정신적 지주가 됐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법이다. 그에게 피소 역풍이 불었고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자 더욱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영광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다.
아울러 2006년 지방자치제에서 최초로 생존작가에게 집필 공간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혈세로 지은 감성마을의 '아방궁' 특혜와 호화 요트 제공 등 사치 논란이 터져나오고 있다. '춘천 거지'로 유명했던 20대 시절 겪었던 고역과는 다른 분위기의 고난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오정현 목사와 스타 강사 김미경 등 여러 멘토가 학위 논문 표절 등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따뜻하고 직설적인 조언으로 '승리의 V' 행진을 이어갔던 이들이 '컨트롤V'로 전락한 것이다. 이외수의 경우 정도가 더 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도덕성에 큰 흠집이 생겼고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청춘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이외수는 정작 혼외 아들의 청춘이 꽃피도록 돕지는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비난 속에서도 이외수가 진정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자신의 잘잘못을 솔직하게 피력하면서 '청춘 멘토'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그에게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본다. 반면 자신의 말대로 실수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뻔뻔한 존재가 된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존경하고 모범으로 삼을만한 인물을 대망하지만, 반대로 한번 실추된 인격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하이에나 같은 속성도 가진 이중적인 존재이다. 지금 물밀듯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은 어쩌면 후자의 속성이 표면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외수에게는 치열하게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오각성'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연륜으로나 경험으로나 문학적인 업적으로나 어느 것 하나 이외수에게 범접할 수 없는 이 기자는 감히 그렇게 생각해본다. 이외수가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시샘하고 언짢아하는 '세력'들이 부풀리고 확대한 결과라고 치부한다면 심각한 오판에 빠져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외수가 더 큰 '멘토'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에게 크나큰 '힐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잘못과 실수에 갇혀 사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이외수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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