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1승이 이렇게나 어렵다. 무려 3116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한화 이글스 김응룡 감독 얘기다.
한화는 16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서 6-4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개막 13연패의 늪에서 탈출,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올 시즌 유일한 '무(無)승' 팀으로 남아있던 한화는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무려 1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고난의 시간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KIA와의 3연전 기간에 "혈압이 15개는 올라간 것 같다. 1승만 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텐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1승의 기회에서 번번이 무너지자 더욱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한화는 지난 7일 넥센전(3-5 패배) 이후 6경기에서 모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7득점-40실점. 그야말로 참혹했다. 연패가 이어지자 선수들은 더욱 경직됐고, 수비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속출했다. 지난 LG와의 3연전에서는 내일이 없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시리즈 스윕패였다. 통산 1476승을 올린 감독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날도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신생팀 NC에게도 힘에 부치는가 싶었다. 1회초 0-1로 뒤진 상황에서 좌익수 정현석의 실책을 시작으로 2점을 더 내줬다. 선발 데니 바티스타가 2회초 볼넷 이후 2루타를 맞아 추가점을 내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넘어간 듯했다. 4경기 연속 1회 실점.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선수들은 다시 한번 뭉쳤다. 1회 수비 실책으로 흔들린 바티스타는 평정심을 찾았다. 6회 2아웃까지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위력을 떨쳤다.
타선도 힘을 냈다. 3회말 2사 후 상대 실책과 김태완의 사구로 기회를 잡았고, 김태균과 최진행의 연속 적시타로 단숨에 3점을 만회했다. 역전의 서막이었다. 5회말에는 1사 후 김태완이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옆구리 부상이 있었지만 "참고 해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선발 출전을 강행한 그였다. 곧바로 김태균의 역전 투런 홈런이 터졌다. 한화의 대전구장 리모델링 후 첫 홈런이었다. 6회에는 1사 2루에서 이대수 적시 2루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13경기 내내 말썽이던 불펜도 안정을 찾았다. 5-4로 한 점 앞선 6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올라온 송창식이 나머지 3⅓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안정감이었다. 송창식이 마지막 타자 차화준을 범타 처리하며 경기가 종료됐다. 대전 홈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김 감독과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팬들이 포기하지 않으니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 감독 시절인 2004년 10월 4일 두산전 이후 3116일 만의 승리, 너무나 어렵게 만들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김응룡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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