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 코치가 한화 이글스의 수비·주루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야구 천재'로 불리던 그가 선수단에 불어넣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코치는 지난달 20일부터 진행 중인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응룡 감독 취임식 당시의 어색함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19년간 받기만 하던 펑고를 이제는 쳐준다. 연습을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현역 시절 스승인 김 감독과 함께 한화를 이끌어갈 이 코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상대 배터리의 흐름을 빼앗을 수 있다. 선수들에게 아직도 두려움이 보인다. 실패하더라도 두려움 없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코치의 설명이다.
'뛰는 한화'로의 변신, 이 코치 부임 이후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한화의 팀 도루는 107개. SK(104개)에 이어 리그 2번째로 적었다. 지난해 105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도루는 단 67개에 불과했다. 경기당 평균 0.64개로 리그 최하위였다.
다행히 이후 28경기에서는 40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뛰는 야구'에 조금이나마 눈을 떴다.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은 "안타 3개를 치고도 점수를 못 내는 경우가 있었다. 죽든 살든 득점권에 보내야 안타 하나로도 득점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많이 뛸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부분이다.
이 코치는 현역 시절 563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그만큼 '뛰는 야구'에 일가견이 있다. 1994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인 84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 센스를 자랑했다. 은퇴식에서도 "1994년 기록한 84개의 도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을 정도. 그는 "홈런 쳐서 이기는 경기는 별로 없다. 달리기로 빈틈을 노려야 한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선수들의 스타트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이 코치는 "한국 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3회 우천 취소된 22일 삼성전을 포함해 한국 팀과 가진 4차례 연습경기에서 6차례 도루를 시도해 3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50%, 최대한 많이 뛰며 훈련 성과를 점검하는 중이다. 출루에 성공한 주자들은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며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다.
팀 내에 발 빠른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란 없다. 이 코치는 하주석, 전현태, 오선진을 언급하며 "과감히 뛸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릴 것이다"고 얘기했다. 이 코치가 언급한 세 선수 모두 팀 내에서 발이 빠른 편에 속하는 선수들이다. 특히 2년차 하주석의 빠른 발은 이미 검증을 마쳤다.
"야구장에서 모든 힘을 쏟았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이 코치는 "아직은 부족하다. 시즌을 치르며 실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베이스 위에서 까칠할 정도로 뛰는 선수들을 만들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도 이 코치에게 "저희가 첫 제자들이네요"라고 했단다. 이 코치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 코치가 강조한 자신감. 바로 '뛰는 야구'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적게 때리고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거침없이 뛰는 것이다. 올 시즌 한화에 '뛰는 야구'가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김응룡 감독 취임식 당시 이종범 코치, 이종범 코치(우)가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출루에 성공한 오선진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DB,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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