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초난강(39, 본명 쿠사나기 츠요시)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 초난강은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워쇼스키 남매에 이어 두 번째로 '무릎팍 도사를 찾은 외국인 게스트가 됐다.
해외 게스트와 방송을 하는 것을 국내 게스트와 비교해 몇곱절로 어렵다. 언어 문제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하고 외국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초난강은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친한파 일본 연예인'이다. 지난 2002년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을 시작한 그는 '초난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일본에 전파했다.
일본 연예계의 '한류 전도사'였던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으로 쉴 틈이 없다.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일본에서 큰 호감을 얻고 있는 그는 적지 않은 국내 팬들도 거느리고 있다.
초난강이란 출연자를 제대로 담으려면 '매우 큰 그릇'이 필요했다. 일본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한국에 대한 끔찍한 사랑. 그리고 차승원(43)과 함께 작업한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에 대한 이야기 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소재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는 초난강의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시키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한일 예능 대결'이란 주제로 시작했다. 보조 MC인 유세윤은 자신의 장기인 '개코 원숭이 흉내'를 보여줬고 초난강은 일본에서 유행하는 '코마네치 몸 개그'를 펼쳤다. 초난강의 독특한 몸 개그가 이어지자 강호동은 "탁자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겠느냐?"라는 짓궂은 주문을 요구했다.
하지만 초난강은 이를 받아들였다. 어떠한 요구도 수용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이 끝난 뒤 '무릎팍 도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초난강를 칭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초난강과 절친한 사이인 차승원은 "초난강은 나보다 4살 어리지만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은 나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차례로 공연된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조선의 독립을 염원하는 민중들과 한 일본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초난강은 조선 독립을 지지하는 지식인 역을 소화했다.
연극에 이어 초난강의 '한국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흘렀고 그의 개인적인 사연이 후반부를 장식했다. 초난강과 관련된 다채로운 주제들을 한 그릇에 담았지만 산만한 진행으로 인해 '진솔한 이야기'를 뽑아내지 못했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아쉬웠다. 일본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국 것이 더 재미있다'는 식으로 결론짓는 진행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무릎팍 도사'는 5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녹화가 진행된다. 국내 연예인들에게는 익숙한 녹화 환경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지루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빡빡한 스케줄로 고생하고 있는 초난강은 방송 후반부에서는 피곤한 모습을 드러냈다.
외국인 게스트를 살리려면 그들의 문화와 인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예능대결'이라는 어설픈 설정은 재미는커녕 프로그램 초반부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또한 외국인게스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MC들의 진행 부족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에 성실하게 임한 초난강의 '인간미'는 무릎팍 도사의 '무례함'마저 포용하며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사진 =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방송 장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