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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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열쇠의 위험한 '남용'…기성용은 '슈퍼맨'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3.02.07 11:21 / 기사수정 2013.02.07 11:22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김형민 기자] 편식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꼽힌다. 편중된 식사는 건강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 한 음식에 대한 고집은 고른 영양소 섭취를 방해한다. 때론 해당음식의 부재로 제대로 된 식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누를 범하기도 한다.

우리가 늘 대하는 밥상머리는 축구의 그라운드와 닮았다. 선수의 역할배치는 어떤 음식으로 차리느냐와 다를 바 없다. 늘 좋은 선수들이 출전하길 바란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순 없다.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밥상을 차릴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늘 '메인'이 존재한다. 식사에선 메인요리가 있고 축구에선 에이스가 있다. 에이스는 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늘 좋지만은 아니다. 간혹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한국대표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듯 보인다. 중원의 열쇠 기성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의 기성용에겐 할 일이 참 많다. 공격과 수비 모두 손을 놓을 수 없다. 기성용 외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성용의 위치변화, 전후반이 달랐던 한국

크로아티아전에서 기성용에게 공격역할을 부여됐다. 대신 신형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우선은 크로아티아 중원의 핵 루카 모드리치에 대한 대처 차원이었다. 둘째로 역습의 시발점을 뒀다. 기성용은 대표팀 역습시 정확한 패스로 역공의 속도를 높였다.

전반 초중반 공격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크로아티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우려했던 수비에서 나타났다. 크로아티아의 빠른 공격과 크로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신형민은 수비진 앞선에서 사전차단을 이행해야 했지만 활약이 미비했다.

점유율도 뺏겼다. 전반 32분 마리오 만주키치의 선제골 이후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기성용은 전반 말미부터 아래로 내려오며 위치를 조정했다. 본래의 임무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복귀했다.

이후부턴 한국이 볼소유권을 늘리기 시작했다. 후반들어 모드리치 등 주력 선수들을 뺀 크로아티아의 행보도 한몫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위치변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생기자 중원에 안정감이 생겼다.

대신 이번엔 공격이 빈약해졌다. 공격에서도 연결고리가 없어지니 공격수들이 고립되기 시작했다. 후반 중반부터 측면 크로스에 의존한 공격만을 시도했다. 풀백들의 공격가담에 이은 크로스가 줄을 이었고 지극히 단순해진 공격 탓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기성용의 파트너 겸 조력자, 반드시 필요

기성용은 대표팀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레 기성용의 파트너 찾기는 대표팀의 최대 과제가 됐다. 이 가운데 이번 크로아티전은 조금 달랐다. 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의 파트너 찾기가 중점이었지만 이번엔 아예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배치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약세와 연이은 실점 속에 기성용의 공격력 활용도, 파트너 찾기도 모두 실패했다.

기성용은 슈퍼맨이 아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렇기에 기성용이 공격진에 서느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대표팀 전력은 큰 문제다. 공수 모두에 능하다는 기성용이라 하지만 공격에서의 고리, 수비에서의 고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란 어렵다.

해결책은 파트너 겸 조력자 찾기다. 이미 고심 중에 있지만 더욱 고삐를 당길 필요가 있다. 일명 한국의 '레온 브리튼'찾기다. 스완지 시티에서도 그렇듯 기성용과 함께 공수 조율을 담당하고 커버 플레이에 능한 파트너 선별이 필요하다.

조력자의 발견은 기성용의 다양한 활용을 가능케 한다. 공수능란한 특성을 다각도로 이용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선 적절한 로테이션으로 피로누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열쇠도 남용하면 닳는 법이다. 닳고 닳아 모양을 잃으면 기능도 밋밋해질 수 밖에 없다. 대표팀이 기성용의 세심한 활용을 위해 대안 찾기에 고심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기성용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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