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현실 같은 드라마가 끝났다. 그래도 드라마 같은 현실은 계속된다.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 이어 KBS 드라마 '학교 2013'이 방송을 마쳤다. 두 작품 모두 흔들리는 청춘이 극 전면에 배치됐다. 흔한 설정이지만 현실 앞에서 꺾이고 상처받는 등장인물들이 흔한 '드라마 속 존재'로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두 드라마가 판타지인 동시에 현실이기 때문이다.
'청담동 앨리스' 한세경(문근영)이 겪어온 고난은 '학교 2013' 2학년 2반 아이들이 겪을 아픔의 예고편이다. 공부만 할 수 있게 뒷바라지해줄 사람이 없다며 "시간이 없다"던 남경민(남경민), 뒤늦게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직업학교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이지훈(이지훈), 부족한 '스펙' 탓에 연기자의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던 계나리(전수진). 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곧 한세경이 겪은 과거다.
한세경은 차승조(박시후)에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낙오되지 않으려 애쓰지 않았기 때문에 낙오자가 되는 것일까.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은 필연적으로 낙오자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쟁에 참여해도 문제는 남는다. 강세찬(최다니엘)은 남경민에게, 계나리에게 "지금 해도 늦었어"라고 못 박듯 말한다. 직업학교 진학이 어려워진 이지훈은 "지금이라도 고치면 될 줄 알았다"고 탄식한다. 열심히 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 이들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한세경이 아니라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될 열여덟 청소년에게도 꿈꿀 자유는 없다. 아니, 꿈꿀 자유만 있다.
이 아이들은 '청담동에 들어가겠다'는 식의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며 "시집 잘 가잖아요"라고 당돌하게 내뱉던 길은혜(길은혜)정도만이 환상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2학년 2반 아이들이 가진 꿈은 그저 '명문대 입학', '똑바로 살기'지만 세상은 "늦었다"며 주저앉히기 급급했다.
한 가지 더. 꿈은 때로 누군가에게 재단 당한다. PD가 되고 싶다는 김민기(최창엽)의 꿈은 아들을 법조인으로 만들겠다는 엄마(김나운)에게 '철없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먹고 살기'가 최우선 과제가 된 사회에서 경쟁에 적합하지 않은 꿈은 배제된다.
한때 출판계에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다. 현실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자기를 계발하며' 그저 열심히 살거나, '될 대로 되라' 할 뿐이다. 현실에 순응하는 착하고 정직한 이들을 위해 먹고 살기 위한 전략을 담은 책들이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서가에 채워졌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라는 노래를 부르며.
이제는 자기계발을 넘어 '힐링'이 대세다. 모두가 전력을 다해도 누군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치유로 극복하자는 것이리라. 하지만 다친 아이들이 다 낫고 나면 뭔가 달라질까. 답은 문제아 오정호(곽정욱)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시 한 줄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현실적인 대사를 내뱉던 한세경은 차승조의 손을 잡고 드라마로 돌아갔다. 드라마처럼 화해하고 철든 2학년 2반 아이들은 차가운 현실과 부딪혀야 한다. 극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고, 직업학교에 들어가고, 연기자가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나갈 것이다. '반쯤 눈을 감은 채, 다시 눈을 뜨면 모든 것이 현실로 바뀌리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학교2013', '청담동 앨리스' ⓒ 학교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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