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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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I Got a Boy', 진보적인 팝? 무질서한 곡?

기사입력 2013.01.23 17:00 / 기사수정 2013.01.23 17: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노래 한 곡을 가지고 뜨거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소녀시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기다려온 소녀시대의 신곡 'I Got a Boy'가 새해 벽두에 공개됐다.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동안 깨지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싸이의 '강남스타일'보다 더 빨리 높아지고 있는 것이 'I Got a Boy'의 조회 수다.

현재(23일 기준)까지 이 동영상의 클릭 수는 무려 3천3백5십만에 이른다. 23일 만에 이 수치에 도달한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I Got a Boy의 뮤직비디오는 더욱 현란해졌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숨 쉴 틈이 없다.

이지리스닝을 거부한 소녀시대, '중구난방'식의 노래는 싫다

기다렸던 소녀시대의 신곡이 공개되면서 이 곡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9명의 소녀들이 처음 대중 앞에 섰을 때 내세웠던 것은 '친근함'이었다. 그들의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는 대중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레스닝' 계열의 곡이었다. 그 뒤를 이었던 'Kissing You'도 그랬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게 만들어준 'Gee'와 '소원을 말해봐'도 그러했다.

이러한 곡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I Got a Boy'는 파격적인 곡이다. 소녀시대의 변신은 'The Boys'에서 징조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그들은 '회귀'가 아닌 '변화'를 선택했다. 귀에 쏙쏙 들려오는 멜로디와 기승전결이 한 번에 들려오는 곡 구성. 여기에 9명의 소녀들의 비주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던 이들은 'I Got a Boy'를 반기지 않았다.



4분30초 동안 진행되는 이 곡은 '이지리스닝=소녀시대'란 도식을 산산이 조각낸다. 수영의 외침으로 시작되고 티파니가 포문을 연다. 그리고 두 명의 메인 보컬인 태연과 제시카의 노래가 이어진다.

이 곡의 후렴구는 2개가 존재한다. '오 오오 예 오. 오오 예 오 너 잘났어 정말!'이라고 외치는 후렴구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I got a boy 멋진, I got a boy 착한, I got a boy handsome boy 내 맘 다 가져간'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이 두 가지 후렴구는 계속 반복되고 곡 중간 부분에는 티파니와 태연의 솔로 보컬이 이어진다.

한 곡을 듣고 있지만 왠지 곡이 난잡해 보인다. 여러 곡이 섞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Gee'나 '소원을 말해봐'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곡이 어렵다는 대중들은 반응이 쏟아졌고 소녀시대의 변화에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의 소원을 말해보라고? 그건 '변화가 필요해'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롭고 참신하다'라는 평도 들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보다 해외언론 및 전문가들이 후한 평가를 내린다는 점이다. 미국 대중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은 "케이팝 여성그룹 중 가장 사랑받는 이들(소녀시대)이 현란한 노래를 가지고 돌아왔다. I Got a Boy는 화음과 고속래핑 그리고 디바의 열창까지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리듬앤블루스에서 bpm 댄스까지 포함된 이 곡은 아름다운 체조 동작에 비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일간지인 'LA타임스'는 "I Got a Boy는 여러 곡이 섞인 것 같은 구조적인 불협화음이 들린다. 하지만 클릭 앤 플레이로 노래를 듣는 요즘 세상에서는 새로운 곡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며 "I Got a Boy는 이러한 점을 제대로 인식한 곡이다"라고 호평했다. 대중음악전문지인 빌보드지도 "I Got a Boy는 지금껏 어느 국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가장 진보적인 팝 트랙이다. 소녀시대는 2013년 팝에 높은 기준을 세웠다"고 칭찬했다.



초창기 소녀시대는 멤버 한 명 한 명씩 번갈아 앞무대에서 서며 노래를 불렀다. 기존에 보여줬던 걸그룹의 패턴에 충실했지만 어느덧 이러한 관습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소녀시대의 노래는 멤버들끼리 번갈아가며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9명의 소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로 바뀌고 있다.

'I Got a Boy'는 멤버들끼리 재잘거리며 스토리를 만드는 형식이 더욱 강화됐다. 또한 '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노래를 번갈아 부르면서 멤버들의 장점도 살리고 있다. 각기 다른 두 개의 후렴구와 고속 래핑, 여기에 메인 보컬인 태연과 제시카 그리고 이들을 받쳐주는 티파니와 서현, 써니의 보컬은 더욱 힘이 실렸다. 다채로운 요소를 집어넣었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보다 들으면 들을수록 끌리는 중독성도 있다.

'I Got a Boy'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소녀시대 노래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낯설게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Gee'나 'Kissing You'와 같은 곡들을 다시 부르기엔 소녀시대는 너무 커져버렸다. 만약 이 시점에서 소녀시대가 데뷔 초기와 비슷한 곡들을 반복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 정복을 위해 고심을 했던 흔적들이 'I Got a Boy'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곡은 소녀시대가 발표한 곡들 중 상위권 리스트에 올려놓기는 힘든 곡이다. 하지만 'I Got a Boy'만큼 아홉 명 전원의 장점이 고르게 드러난 곡은 드물었다. 또한 아홉 명의 소녀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도 'The Boys'를 앞지르고 있었다.

[사진  = 소녀시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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