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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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타워', 팀워크는 천만이었죠" (인터뷰)

기사입력 2012.12.26 13:42 / 기사수정 2012.12.26 13:42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하나를 물으면 조근 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래서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힘이 있는 사람. 2년여 만에 영화 '타워'로 돌아온 '천만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해운대'에서 쓰나미와 싸운 그가 이번 영화에서 역시 불과 싸우며 생고생을 했다.

"진짜 무서웠다니까요"

화면에 보이는 90% 이상이 실제 불을 사용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안전을 위해 늘 신경을 써야 했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

극 중 사명감이 투철한 소방관 강영기를 연기한 설경구에게 쉽지않은 촬영에 혹 부상은 입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워낙 안전장치를 잘해줘 다행히 부상 없이 촬영을 맞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기자의 질문에 고생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다 떠오르는 듯 그는 한참을 무용담을 들려줬다. 듣는 이들도 '어머 진짜?'하며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런 무용담을 말이다.

"'타워'에서 나는 불하고 만 싸워요. 사실 물 장면을 제일 고생하면서 찍었는데 편집됐지. 반면 '해운대'는 다 CG였어요. 하지만 '타워'는 장난 아닌 물의 양이 퍼부어졌어요. (물을)양쪽에서 쏴대면 배우가 없어지더라고"

"(손)예진이가 갑자기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나를 친 것 같다고…알고 보니 특수 팀장이었어요. 메이킹 영상에 찍혀서 확인 할 수 있었는데 특수 팀장이 2층에서 철제 난간 사이로 떨어져서 큰일 날 뻔했죠. 다행이 그 전에 김지훈 감독이 밑에 수조를 채웠어요. '여기 물 채워라' 했다더라고. 그래서 '화면에 안 잡히는데요.'라고 누가 답하니 그냥 채우라고 했다고. 얼굴에 닿는 물 표현하려다. 그냥 쓸려 나간 것이다. 정말 아찔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극 중 엘리베이터에 갇혀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 일이다. 그 장면 촬영 중 속된 말로 '갈 뻔했다'는 설경구. 알고 보니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 모두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패닉'상태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진짜 떨어지는 느낌을 내려고, 세트장에서 부욱 떨어트렸어요. 촬영하다 보면 훅 가는 기운이 올라와요. 그런데 엘리베이터 올라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되니, 그 안에 있던 거죠. 바깥 바람도 쐬고 그래야 하는데. '간다 간다'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다른 배우들도 (그런 느낌이)다 있었더라고. 나는 나만 있는 줄 알고 얘기 안했는데… 폐쇄공포증까진 아닌데 갇힌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그러다보니 배우들 몰골들이 다들 거지같아서(웃음)"

"소방관처럼 고생했다고 하니 부끄러웠죠…"


소방관으로 완벽 변신을 위해 몇 가지 훈련도 받았다. '해운대'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인권은 괴성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외쳤던 적도 있다고.

"불을 끄고 기어들어가 마네킹을 구해오는 훈련을 했어요. 한 시간짜리 산소통을 매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공포를 겪으면 숨이 거칠어져 산소가 20분이면 다 동이 났죠. 불 끄고 인명 구조를 해야 하는데, 마네킹을 못 찾아요. 그래서 겨우 나와서 '마네킹 다 밟혀 죽었다'고 소리쳤죠. '우리가 다 밟아 죽였어'라고(웃음). 근데 영화가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아무것도 안 보이면 관객들이 뭘 보나(웃음)"

"사다리차도 탔어요. 진짜 무서웠죠. 도지한이랑 둘이 탔는데, 안전벨트 하나라 나만 했어요(웃음) 바람이 불었는데 진짜 무서웠어요. 막 '쿨럭 쿨럭'하면서 올라가고, 내려오더라고. 쭉 올라가는 것 같지만 수직선으로 올라가요. 지한이가 내려 올 때 주저앉더라고"

불 옆에서 연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 것만, 온갖 장비까지 다 착용한 채 연기해야 했다. 설경구는 "가짜 산소통을 메고 연기했지만 무겁죠. 또 국산 헬멜 자세 안 나온다고 미국에서 2kg 헬멧 가져왔지, 짬밥 없는 배우들은 도끼도 들어야 해(웃음). 장화도 무거운 특수 장화였어요(웃음)"라며 이제서야 웃을 수 있는 지난 기억들을 더듬었다. 

이어 그는 "산소통에서 경고 신호가 1-2분 전에 난다더라고요. 근데 요 앞에 있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괜히? 근데 그러다가 가는 거라고.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뛰어들겠나. 희생과 사명정신으로 하지.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고생해서 찍었다고 하면 창피하고 부끄러웠죠"라며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가 뭐라고 시나리오를 고친다고. 그냥 하자"

生고생이 예상되는 영화였다. 더욱이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재난 영화 '해운대'의 주역이었다. '또 재난영화야?'라는 반응이 이어질 걸 알면서, 앞이 훤한 고생길을 자초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설경구는 "'타워'는 재난영화에서가 아니라 '희생'이 담겨 있어 하게 됐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지훈 감독이 매일 영화 촬영가기 전에 '무엇으로 배우를 즐겁게 해줄까' 생각한다더고요. '열혈남아' 촬영 중, 잘 모를 때인데 책 하나 들고 찾아왔데요. 근데 그 상황 자체가 기억이 안나요. 뭔가 정말 미안하고 창피하더라고요"

"김지훈 감독이 '화려한 휴가' 찍을 때 제작비 떨어져서 돈 구하러 다녔는데, 동서가 직원들 월급 들고 왔다더라 이거라도 쓰라고. 그렇게 '화려한 휴가'가 완성이 된 거지. '고생해서 잘 되는 사람 보면' 좀 그렇지 않나. 어느 날 궁금해서 김 감독에게 전화했더니 분당에서 시나리오 고치고 있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하자'고 했죠. 내가 뭐라고 나 때문에 시나리오를 고치는지… 책은 나중에 받아 봤어요"

"(손)예진에게 대본 주는 김지훈 감독, 뻔뻔스럽다고 생각했죠"

손예진 캐스팅을 위해 설경구과 김지훈 감독이 노력했다는 건 이미 유명해진 사실이다.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물으니 설경구는 "김지훈 감독이 '뻔뻔했다'"며 그 때 상황을 들려줬다.

"처음에 예진이 분량이 진짜 없었어요. 근데 시나리오를 그에게 준다니 뻔뻔스러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예진이가 약 먹었냐'라고 했어요. 예진이 소속사 대표랑 있다기에 갔어요. '2차를 가면 승산이 있는 거다' 싶었는데, 2차를 가겠다네? '올레!' 재미있었나 봐요(웃음) 그후 대표님이 예진이 한테 '너 이거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대요. 10년 넘게 두 사람이 같이 일하면서 그런 얘기 처음 해봤데요. 그래서 예진이도 왠지 해야 될 것 같았다고(웃음)"

"예진이 덕에 엄청 고맙고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힘들었는데도 매일 소풍 간다고 했어요. '오늘 파주 소풍가나?' 라면서(웃음) 또 영화 작업하면서 이렇게 술 먹은 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힘든 영화 일수록 팀워크가 필요하거든. '해운대'도 그래서 소모임이 잦았죠"



"팀워크는 천만이었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재난 영화 '타워'. 그래서 팀원들은 술자리를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손예진은 "'타워'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다"며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해운대'팀은 천장을 뜯어서 소문이 났었어요(웃음) 촬영장 주변에 '해운대' 애들 받지 말라고 했었죠. '타워'도 배우들끼리 소모임으로 회식을 많이 했어요. 그게 없으면 힘들고 지치는 거죠. 끝나고 한잔하면서 풀었어요. '나만 그러나?' 내 현장만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그래서 예진이가 '타워' 촬영하면서 술이 많이 늘었데요. 한 번은 동아 방송대에서 촬영을 했는데, 새벽에 끝나니 술집이 어디 있어. 겨우 한 군데 찾아서 떡볶이에 맥주를 먹고 있는데, 어디서 쿵쿵쿵 노래 소리가 들리니 예진이가 '여기 노래방 있어요?'라고. 그래서 김 감독이랑 '그건 아니야. 예진아 아니야'라고 말렸더니 '난 물어 본 건데 그냥'이라고 하더라고(웃음)"

"서로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인연이 돼서 만난 것 같아요. 누구하나 모 났으면 혼내기보다 잘 가기 위해 걔 눈치를 봐야해요. 후배더라도 작품 안 망치려고. '타워'엔 그런 사람들이 없었어요. 영화 외적으로 중요한 작업 같아요. 안하면 왠지 서운한?(웃음) 현장이 좋았어요. 팀워크은 천만이었어다니까?(웃음)"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설경구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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