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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IBK기업은행, 창단 2년 만에 우승후보 된 이유

기사입력 2012.12.13 15:5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티끌모아 태산이 됐다고 할까요. 김희진과 박정아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조금 성장했지만 이들의 성장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컸습니다. 남지연과 윤혜숙이 가세하면서 세터 머리 위로 올라가는 볼이 좋아지다 보니 희진이와 정아에게 볼을 줄 여유도 생겼죠. 지난 시즌에는 알레시아에게 의존했는데 남지연과 윤혜숙의 힘이 삼각편대를 만드는 원천이 됐습니다."

한국 여자배구는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10개에 가까운 팀이 존재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인재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닥친 뒤 절반에 가까운 팀들이 간판을 내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 여자배구 정예멤버들은 국제무대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5개의 팀 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숙적'인 일본에 22연패를 당하는 등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여자배구는 22년 만에 신생팀 창단이라는 희소식이 들렸다.

'막내 구단' IBK기업은행은 창단 2년 만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창단과 함께 고교 최대어인 김희진(21)과 박정아(19)를 데려왔고 흥국생명에서 은퇴한 세터 이효희(32)를 복귀시켰다. 하지만 창단 팀의 한계를 극복하며 정규 시즌에서 분전했지만 승점 1점 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가능성의 팀'이란 꼬리표를 1년 만에 떼어냈다. 김희진은 '꿈의 무대'인 2012 런던올림픽을 경험하면서 무섭게 성장했다.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박정아도 강한 자극을 받았다.

여기에 검증받은 외국인 선수인 알레시아 리귤릭(25, 우크라이나)이 팀에 잔류했고 베테랑 레베로인 남지연이 가세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굴러온 '복덩이'가 생겼다. 현대건설에서 살림꾼 역할을 담당한 윤혜숙(29)이 가세했다.



IBK기업은행은 3개 고교 졸업예정 선수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5개 구단에서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를 영입해 팀을 완성했다. 그러나 현재 고교를 졸업한 뒤 팀에 남아있는 고교졸업 창단 멤버는 5명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타 팀과의 트레이드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보강했다. 남지연과 윤혜숙이 들어오면서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졌고 문제점이었던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한층 탄탄해졌다. 국내 리그를 한 시즌 경험해본 알레시아도 한층 노련해졌다. 지난 2011~2012 시즌 알레시아는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지만 이제는 짐을 덜었다. 김희진과 박정아의 공격력이 한층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자배구의 LIG손해보험이 삼각편대(까메호-김요한-이경수)로 유명하다면 여자부의 삼각편대는 단연 IBK기업은행이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남지연의 가세가 큰 힘이 됐는데 뜻하지 않게 윤혜숙까지 가세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리시브와 수비를 책임지다보니 세터 머리 위로 올라오는 볼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에는 알레시아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김희진과 박정아에게 볼을 올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장점은 삼각편대가 고르게 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13일 기준) 알레시아는 244득점을 올리면서 이 부분 3위를 달리고 있다. 김희진은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44득점을 기록하며 6위에 이름을 올렸고 138점을 올린 박정아는 그 뒤를 이었다.

'공격의 팀'이 된 IBK기업은행은 팀 득점(871)과 팀 공격성공률(44.92%)에서도 선두에 올랐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쳐온 여자배구에서 IBK기업은행은 삼각편대를 앞세운 다양한 공격을 보여주고 있다.

신구의 조화가 절묘하게 이루어졌고 김희진과 박정아의 성장이 IBK기업은행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기복이 심하게 나타나는 약점은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또한 중요한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점도 우승을 위해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다.

멘탈의 기복이 심한 알레시아도 한층 냉정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시즌 개막 후 4연승을 달린 GS칼텍스는 '주포'인 베띠(25, 도미니카공화국)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중위권 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진 = 알레시아, 김희진, IBK기업은행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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