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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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2.12.11 02:44 / 기사수정 2012.12.12 21:01

이준학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개봉 12일 만에 188만을 넘어선 영화 '26년'. 대선 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분명 이 영화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

'26년'은 1980년 5월에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한혜진 분), 조직폭력배 곽진배(진구 분), 현직 경찰 권정혁(임슬옹 분), 대기업 총수 김갑세(이경영 분), 사설 경호업체 실장 김주안(배수빈 분)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장광 분)'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수 차례의 제작 무산에도 불구하고 4년 만에 빛을 본 '26년'에서 원작자인 강풀은 웹툰을 통해 그 일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이어 조근현 감독과 배우들은 그 메시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26년'의 다양한 캐릭터 중 배수빈은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철두철미한 작전을 세우는 브레인 김주안을 연기했다. 배수빈은 그 안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작전을 그르치지 않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미진(한혜진)이는 총 들고 다니지, 정혁(임슬옹)이는 멘붕왔지, 진배(진구)는 계속 거기 뚫고 있죠, 그러니 그 안에서 제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웃음)"

배수빈이 연기한 김주안의 수많은 작전과 철저한 준비는 광주에서 부모님을 잃고 자신을 키워준 또 다른 아버지, 김갑세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수빈을 만나 '26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불과 32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 일어났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됐는데?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김주안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라 부담감이 있기도 했다. 원작에서는 스마트하고 철저하기까지한 완벽한 김주안을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 김주안을 제가 맡게됨으로써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극중에서 '버럭'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 처음에 캐스팅이 어떻게 된 것인가?

"배우들 중 제가 가장 늦게 캐스팅된 것 같다. 크랭크인 하기 3개월 전에 캐스팅돼서 잠깐 보고 바로 시작했다"


- 원작 웹툰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포털 사이트에 보면 '죽기 전에 봐야할 웹툰'이라는 연관 검색어까지 뜰 정도였다.

"만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강풀 작가의 원작 웹툰은 봤다. 웹툰을 본 후 캐스팅이 됐는데 '죽기 전에 봐야할 웹툰'이라.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4년이 지나면서 김주안은 진구에서 배수빈으로 바꼈다. 진구는 곽진배 역을 맡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조직 폭력배가 됐고, 배수빈은 수트가 잘 어울리는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됐다.

- 시사회날 김주안 역을 진구가 했으면 안 어울렸을 것 같았고, 자신이 수트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때는 수트가 좀 더 잘 어울린다고 말씀을 드렸다. 4년 전에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려했을 때는 진구가 김주안 역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제가 맡게 됐다. 만약 4년 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어울리는 또 다른 배우가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우는 자신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26년'은 보고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이다. 앞서 열린 시사회에서도 배우들은 입을 모아 '가슴이 먹먹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이다.

배수빈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배수빈은 오히려 어떤 느낌이었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 5.18 민주묘지에 갔던 느낌은 '26년'을 보고 난 느낌과 비슷했다. 추모탑을 마주 서서 그 뒤로 자리잡은 묘역들을 봤을 때와 같았다. 무언가 쫙 가라앉은 느낌 그런 느낌이었다.

"맞다. 저도 바로 그 느낌이었다. 그곳에 갔을 때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묘비의 뒤를 보면 사연들이 있는데 그걸 하나씩 읽어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또 유가족들을 위한 곳인 광주 트라우마센터에서 '26년' 시사회를 열었다. 그때 유가족 분들이 오셨는데,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 너무 잘 봤다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26년' 개봉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기 위해 1만 5천명이 넘는 관객들이 '제작두레'라는 제작비 후원을 통해 7억원을 모아주며 영화에 힘을 실어줬다.

- 제작두레 시사회 때 무대인사를 했었는데 이러한 성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뜻을 같이 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더욱 많은 분들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아셨으면 한다"

배수빈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영화를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어서 '26년'에 출연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또 좋은 일도 생기고 그런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근현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무슨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절대 아니다. 강풀 작가도 말씀하셨겠지만, 이 영화는 불과 30여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잊지 말자'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사진 = 배수빈 ⓒ 올댓시네마 제공]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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