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시대엔 흐름이 있다. 변화도 있다. 10년이면 금수강산이 변한다지만 최근에 와선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빠르다.
프리미어리그의 판세도 변하고 있다. 빅4라는 말은 무색해졌고 이젠 빅6란 말이 회자된다. 프리미어리그 최대 더비 중 하나인 맨체스터 더비의 판세도 변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발전 탓이 컸다. 지난 몇년간 맨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추월에 열을 올렸다. 늘 자존심이 상했다. 같은 지역 라이벌 맨유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세하는 동안 맨시티는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곤 했다.
그러던 2008년 기회가 왔다. 셰이크 만수르가 구단주로 취임했다. 중동으로부터 나오는 거액의 자본이 유입되면서 맨시티도 변화했다. 스타급 선수들이 맨시티 유니폼을 입었고 기대감이 생겼다. 퍼거슨 감독은 이들의 변화를 경계했다. 한때 '시끄러운 이웃'이라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4년이 지난 2012년 12월, 164번째 더비가 열린 가운데 맨시티는 더이상 시끄러운 이웃만은 아니었다. 팀은 패했지만 경기내용에선 분명 맨유를 압도했다.
리그 선두 탈환을 노리던 맨시티는 맨유와의 더비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9일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20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에서 로빈 반 페르시에게 뼈아픈 결승 프리킥골을 내줘 패배했다.
원치 않은 결과를 얻었지만 내용면에선 경기를 주도했다. 특히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보였다. 다비드 실바와 사미르 나스리가 측면과 중앙을 오간 가운데 야야 투레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진은 맨유 중원을 압도했다.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와의 중원싸움을 고려한 전술을 짰다. 마이클 캐릭과 톰 클레버리를 중원 조합으로 내세웠고 웨인 루니를 로빈 반 페르시 아래에 놓아 공격의 전개를 맡겼다. 경기 초반부터 압박을 가했다. 맨시티의 패스워크를 사전 차단하겠단 심산이었다.
효과는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맨시티에게 주도권을 모두 내줬다. 전반동안의 점유율에서 맨시티가 앞섰다. 맨시티는 59.8%를 기록하며 60대40에 가까운 우위를 점했다.
후반에도 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후반동안 맨시티는 52.2%의 볼소유권을 가져가며 맨유를 위협했다. 공격빈도에서도 단연 앞섰다. 유효슈팅에서도 맨시티는 9개를 기록해 맨유(3개)에 비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 냈다. 맨시티로선 3번의 기회를 모두 놓치지 않고 살린 맨유의 집중력이 야속할 만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두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를 거둔 기세를 이번 더비에서도 보였다. 경기면에선 맨유를 오히려 눌렀다. 더이상 맨시티는 얕볼 수 없는 상대가 됐다. 지난 3시즌간 맨체스터 더비는 리그 우승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맨시티의 변화가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이다.
이번 더비에서 승리한 맨유는 승점 39점을 기록해 선두를 고수했다. 2위 맨시티와의 승점차도 6점차로 벌였다. 많은 논란 속에 시즌 첫 더비를 치른 두 팀은 내년 4월 다시 한번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사진=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C) 스카이스포츠 홈페이지]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