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차기 리듬체조 시즌에서는 규정이 대폭 바뀐다. 새로운 룰이 적용되면서 현역 선수들은 차기 프로그램을 규정에 맞게 짜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8, 세종고)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새로운 룰에 맞춰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손연재가 수구와 씨름을 하고 있는 동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는 차기 시즌을 위한 리듬체조 강습회가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이 강습회에는 150여명의 국제심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리듬체조 국제심판 세 명이 심판자격 시합에서 모두 합격하는 쾌거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국제 심판 2급이었던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강화위원장이 이번 강습회에서 1급으로 승급했다.
또한 서혜정 대한체조협회 기술부위원장과 차상은 현 리듬체조 코치도 3급에서 2급으로 뛰어올랐다. 김지영 위원장의 경우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1급 심판 자격을 따냈다. 이들은 19일부터 22일까지 강습회와 강의를 들었고 23일과 24일에는 시험을 치렀다.
세 명의 심판들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현재 승급을 유지한다. 1급 심판은 일본에서 2명이 배출됐고 중국에서도 1명이 1급 자리에 올랐다. 또한 아시아권 국가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도 1급 심판이 존재한다. 아시아권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제심판들의 합격 소식은 뜻 깊은 일이다.
1급과 2급 심판들은 리듬체조의 '난도(D)' 부분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심판들의 승급 소식은 한국 리듬체조의 발전에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이번 강습회에 참여하면서 손연재의 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표정연기와 음악을 잘하는 예를 제시할 때 손연재의 영상이 등장했다. 차기 시즌 룰은 관중들을 배려한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또한 표현력과 음악을 잘 타는 선수들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음악에 따라 동작을 맞추는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손연재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코 긴장감을 늦추면 안 될 부분도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새로운 리듬체조 룰 어떻게 바뀌었나
올 시즌까지 리듬체조의 채점 방식은 난도(D) 예술성(A) 실시(E)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예술성(A)이 없어지고 실시(E)에 포함된다.
김지영 위원장은 "난도는 신체난도에 댄스스텝이 8초 이상 들어간다. 여기에 리스크(R : 수구를 던진 뒤 신체를 회전하고 받아내는 것)가 최대 3개가 들어가야 하고 수구 숙련요소(R : 수구를 다루고 독창적인 기술을 하는 것)도 포함됐다. 현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위원장인 마리아 시스코토스카(폴란드)는 수구 숙련요소의 독창성을 많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시는 기존의 기술점 감점과 함께 예술적 감점도 포함됐다. 올 시즌까지는 수구를 놓칠 때 기술적인 점수만 감점됐지만 차기 시즌에서는 예술적인 점수도 감점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해 김지영 위원장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실수를 하면 음악을 타는 흐름도 놓치기 때문에 예술 점수도 동시에 떨어진다. 기술과 예술 점수가 동시에 감점되기 때문에 한번 실수가 나오면 점수의 폭은 올해와 비교해 더욱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큰 실수를 범할 경우 기술점수와 예술점수가 모두 감점되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실수의 유무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양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관중들이 보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겠지만 선수는 방심할 틈이 더욱 줄어들었다. 큰 실수가 승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었다.
수구 숙련도의 독창성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차상은 심판은 "이번 강습회에서 수구를 다루는 독창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동안 남들과 똑같이 하는 기술들이 많았는데 자신의 오리지널을 발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수구 기술을 원하고 있었다”며 “8초 동안 진행되는 댄스스텝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표정연기와 표현력이 뛰어난 손연재가 유리한 점은?
이번 강습회에서 뛰어난 표정연기와 음악을 잘 타는 표본으로 손연재가 언급됐다. 손연재의 표현력과 표정연기 여기에 음악에 맞춰 적절하게 움직이는 동작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상은 심판은 "뛰어난 표정 연기와 신체 표현력을 강의할 때 보여준 선수가 손연재였다. 손연재는 이 부분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현력의 비중이 올라갔고 음악을 잘 타는 선수가 유리해졌는데 손연재도 마찬가지다"고 평가했다.
리듬체조는 고난도 기술에 초점이 맞춰지던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 관중들이 쉽게 호응할 수 있고 신체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쪽에 무게 중심을 뒀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타고난 리듬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과 안무를 수행하면서 생동감을 잃지 않는 표정 연기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손연재는 새로운 규정에서 분명히 이득을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결코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 이유
표현력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흔들리지 않는 기술은 여전히 건재하다. 또한 리스크와 수구 숙련도 여기에 음악과 한 몸이 된 댄스스텝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해야 한다. 리듬체조도 피겨 스케이팅처럼 고난도 기술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모든 것을 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토털패키지'를 원하고 있다.
손연재의 기술은 매우 안정적이고 기본기가 탄탄한 장점이 있다. 또한 음악을 타는 리듬감이 뛰어나 박자를 놓치지 않고 동작을 취하는 감각도 탁월하다. 하지만 스스로가 밝혔듯이 런던올림픽에서 실수가 나온 곤봉 종목을 강화하고 모든 부분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로 다가왔다.
김 위원장은 "손연재는 원체 표현력이 뛰어나지만 결코 유리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자신 만의 독창성을 살려서 차기 시즌을 준비했으면 한다”고 전망했다. 차 심판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선수와 맞는 음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기술은 기본적으로 따라야한다"며 신중함을 당부했다.
내년 시즌에는 네 종목 중 선수와 코치가 선택한 한 종목에서 가사가 들어간 음악을 쓸 수 있다. 관중들이 리듬체조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부분에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는 선수가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런던올림픽 5위에 오른 손연재는 내년 시즌이 더욱 중요하다. 차기 시즌에서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해야 2014년에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연기를 지속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